푸른희망(이재현) 2010. 7. 23. 00:42

폭염의 한가운데인 오후 2시의 창밖의 풍경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아이들 방에 있는 카메라를 황급히 가져 왔습니다.

작일 저녁에 지붕을 그리도 두들겨 대던 소나기의 여운이 아직도 생생한데.... 하늘은 왜이리 맑고 푸르게 시린지 모르겠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보지만 흐른는 땀줄기와 더위를 물리치기엔 부족합니다.  너른 들판에 트랙터가 굉음을 내며 로터리작업을

하던게 며칠 전이더니,  이앙기에 여리디 여린 모가 겹겹층층이 쌓여 논바닥에 생명을 잉태하려 뿌리를 내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녹음의 자연을 닮아 점점 짙어가는 푸른 벼들이 너무도 질서정연하게 흐뭇합니다.  내것이 아니어도 말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들판과 산맥 사이에 황룡강이 흐릅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도 다 보이는 듯 합니다.  강둑 여기 저기에

흰가운의 신사같은 왜가리들도 먹이사냥으로 정신이 없을 것일 게지요.  아기 피부만치 뽀얀 구름이 뭉게뭉게 여러모양으로

내 눈을 사로잡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야이 모두 제각각 이듯 똑같은 모양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네요.

파란 바다와 같은 넓은 하늘에  달콤한 솜사탕으로 재주를 부려 놓는듯 정말로 신기합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수줍음 소녀처럼

너무나 순수함 그 자체 같습니다.  그 하늘아래 그 순수함을 볼 수 있는 작은 행복에 감사함을 잊지 않습니다.

우리는 순간순간을 엮어 인생이라는  두꺼운 책을 만들어 가지요.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자연현상들을 바라볼때는

그 신비함에 매료되기가 부지기 수입니다.   갑자기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라는 시 가 생각이 납니다. 

"구름에 달가듯이"  어릴적 밤하늘에 하얀 구름사이로 달이 마치 흐르듯이 보였던 그 아름다운 풍경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가져 보았을 것이죠.  정말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요?

우리가 사물을 보는 시각이 순수하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