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9일! 오늘도 여지없이 비가 내립니다.
가을 곡식들 익어가게 햇볕 쨍쨍 내려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런날 잠시 휴식과 여유를 찾아 읍내 사시는 장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담양을 다녀 왔습니다. 장모님께 맛있는 점심도 대접해 드리고, 가까운 소쇄원도 구경하고 왔답니다. 사위와 모처럼의 나들이라 살짝 긴장도 되시는가 봅니다. 검정 바지에 연분홍빛 스웨터를 입으시고 예쁘게 단장을 하셨네요.
지난번에 아내와 함께 가려고 했던 "들풀" 산채정식집에 들려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로 좋은 시간을 가졌다. 외손녀 두 녀석이 동행해서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지요. 맛난 음식으로 뱃속도 채웠으니 주변 관광지를 물색하다 "소쇄원"을 다녀오신 적이 없다 하시니 그리로 행선지를 잡고 출발합니다.
소쇄원 "광풍각" 정자에 앉아 계신 장모님~ 마치 초등학생 소풍 나온 어린 아이 같으십니다. 기둥 뒤로는 둘째 아이녀석이 빼꼼히 얼굴만 내밀고 있군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인데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찾고 있더군요. 우리의 전통 가옥들은 오히려 비가 내리는 날이 더욱 운치가 있는 듯 합니다.
작은 처남이 장모님을 모시고 소쇄원 대숲 길을 올라 갑니다.
나이 마흔 둘에 아직도 혼자로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심성이 고운 효자 랍니다. 어머니와의 모처럼의 소쇄원 데이트 보기가 참 좋습니다.
우리 장모님~
바지 아래단 젖을까 치켜 올리고 걷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소쇄원의 대표적인 건축물! 광풍각~
도랑 건너편의 연지못이 어우러져 운치가 좋습니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광풍각 마루를 차지하고 있군요.
어머님의 비록 몇시간의 짧은 외출이여도 행복함이 묻어나와 보여서 제 기분도 무척 행복하네요
최근 들어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개울물에 작은 폭포수처럼 흐릅니다.
왠지 전통 한옥은 자연과 물소리와 어우러질때 그 멋이 최고인것 같아요
장모님께서는 2년전 갑작스레 혈색도 안좋아지시고, 온 몸이 멍이든것처럼 무척 힘들어 하셨답니다.
작년 4월에 이곳 장성으로 올라 오셔서 병원치료를 받고 계셨지요. 당시만 해도 곧 큰일을 치를 것처럼 위독하셨는데..
작년 12월부터 점점 좋아지시더니.. 지금은 그 연세의 어르신들과 다를바 없이 생활을 하고 계신답니다.
가끔씩~ 깜짝 여행을 모시고 다니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와 이 부분은 따로 이야기를 해보아야 겠어요
저리도 유치원생처럼 바깥을 나오시는것을 즐겨 하시는지 오늘에야 알았답니다.
어머님~~ 하고 불러 드렸더니 사진을 찍고 있는 건너편을 바라보고 계시네요^^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둘째딸래미는 광풍각 기둥에 바싹 붙어 몸을 가리고 나오질 않습니다.
장모님~!
이제는 큰 병환없이 무병하게 장수하셔요^^
광풍각 툇마루에서 한송이 예쁜 꽃같이 어여쁘게 보이시는 우리 장모님~~
둘째딸, 네째 막내녀석, 작은 처남... 휴일이라 이녀석들과도 모처럼 함께 했습니다.
평상시 어디를 가자고 해도 잘 따라나서지 않더 둘째 딸래미 녀석이 왠일로 오늘 이렇게 외할머니와 동행을 해주었답니다.
"외할머니! 지금 제가요!
여기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있어요!"
꼬맹이 네째딸! 제일 귀여운 짓 잘 하는 대견한 녀석이 할머니에게 설명을 하고 있네요
아이들의 기억속에 오늘이 행복한 추억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내 아이들에게 부모공경 해달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대로 본보기를 보여라! 라고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은 그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인연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관심과 사랑입니다. 흐르는 개울물처럼 기다려 주지않고 흘러가는 것이 세월입니다. 수욕정이[樹欲靜而] 풍부지[風不止]하고, 자욕양이[子欲養而] 친부대[親不待]라~~ 라는 고사성어가 불현듯 스쳐 갑니다.
사위와 함께 재미난 표정도 지어 보이시고!^^
20년을 넘게 사위가 아닌 아들처럼 대해 주셨던 장모님 이십니다.
비록 몇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나들이지만, 가슴 한쪽이 뭉클하고 기분좋은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오랜 가옥의 깊은 멋처럼 사는 동안 행복한 추억들만을 간직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없는듯 해도 무수한 잎과 열매로 자연과 쉴새없이 교감하는 나무들처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처음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조있게 그 자리를 지키는 뚝심과도 같이
오직 한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비가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 이라는 의미의 광풍각과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의 뜻을 가진 제월당 사이에는 오랜 세월 함께 하는 벗이 두 그루 있습니다.
바로 산수유와 백일홍 나무 입니다. 화사한 봄에 노란 꽃을,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엔 그 마음 닮으려 붉은 빛깔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려주는 그런 든든한 버팀목으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떫은 감 하나 이끼 가득한 담장 위에 하나 떨어져 잠시 시선을 머물게 하는군요.
파릇 파릇하던 청춘은 온데간데 없이 세월속에 묻어 보냅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 백발이 성성해 질때 무릎에 귀여운
손자손녀들의 재롱을 지켜보며살아온 지난 날들이 행복했었음을 느끼겠지요!
다시 길을 재촉하며 오던 길로 집으로 향합니다.
가끔씩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가슴뭉클한 여행을 다녀와야 겠어요
앞으로는 부모님께, 뒤로는 자식들에게 마음속에 고운 행복의 씨앗을 피게 할수 있으니까요!
장모님과의 "들풀" 에서의 맛난 이야기가 곧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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