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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광주원협 공판장 출하농민 무료제공 아침식권으로 네군데 식당 탐방기

푸른희망(이재현) 2013. 2. 7. 06:00

공짜라서 더 맛있다?  광주 각화동 원협 공판장에 가면 무료제공식권으로 지정식당 네군데 중에서 입맛따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겨울에는 딸기 수확을 보통 전날 오후 늦게 수확해서 선별을 해 놓고 있다 다음날 아침 경매시간에 맞추어 미리 가져다 놓거나 아침 8시 30분까지 출하를 하게되면 된다. 아무래도 공판장 과일 도매상들이 싱싱할수록 가격을 더 올려주니 겨울에도 부지런한 딸기 재배 농민은 이른 새벽에 수확해서 선별해 가지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쟈게 힘든 작업이 아닐수 없다.  점점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면 새벽작업들을 많이 하게 되지만 겨울에는 보통 전일 수확해서 선별하고 아침에 공판장에 내놓은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아침에 출하하는 농민들을 위해서 광주원예농협(이하 원협이라 함)에서는 수탁판매 접수증을 출하주 대기실의 사무실에 제시하면 무료제공식권을 1매를 지급한다. 식권을 받아들고 보니 지정된 식당이 무려 네 군데나 된다.  와우~ 매번 출하시마다  그날 입맛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겠다 싶다.


사실 딸기농사를 지으면서 광주원협출하는 많이 했지만 무료제공식권이 있는지는 작년에 알았다.  그것도 딸기시즌이 끝나가는 즈음에 알았으니 한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이번 출하부터는 작정하고 급한 일 없으면 식권을 받아 아침을 해결하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네 군데 식당중에서 첫번째로 강원식당을 가본다. 


[아래 사진은 세번째로 들렸던 청해식당의 백반 한상 ]


첫번째!  왠지 이름에서 강원도의 산나물들이 풍성할 것 같았던... 강원식당 [1월 29일]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훈훈한 식당의 온기와 주방안의 모락 모락 김이 오르는 모습이 정겹다.  우와~ 메뉴판이 주방 앞 벽면에 큼직하게 붙었다. 무료제공식권으로는 기본이 백반이다.  아주머니께  "한 사람 이요~" 라고 외치면 알아서 가져다 주신다.  잔뜩 기대했던 탓일까?  강원도의 산나물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쩝 반찬은 백반상으로는 적당한 9찬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이다 보니 물건파는 상인들은 식당을 찾기 힘드니 배달을 많이 하는가 보다.  한 아주머니께서 머리에 이고 나가신다.  반찬이 내 입맛에는 조금 짜다.  콩나물국도 조미료 맛이 강하다. 그런대로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왔다. 




두번째! .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뷔페식 식당 자연마을[1월30일]


오늘은 식권을 받아들고 페이스북에 식당사진을 올렸더니 댓글에 "나는 자연마을에 가서 맛있게 먹고 옵니다. " 라고 했던 자연마을을 찾아 갑니다. 사실 도매시장 주변이 워낙 상가들도 많고 식당들도 많은지라 주변분들께 물어 찾아갑니다. 가장 빠르게 가르켜 주시거든요.  채소도매시장 건물 위쪽 5층짜리 건물의 2층에 상호가 보인다.  오호! 근데 식당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뭐가 달라도 다른 느낌을 받았다. 햐~ 근데 식당문을 여는 순간 많은 사람들에 놀라고, 뷔페식으로 무려 15가지의 반찬들에 놀란다.  원하는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니 마음에 든다. 반찬들도 제법 짜지 않고 마음에 든다. 



앞에서 계시던 아저씨 두분이 하시는 말씀 " 나는 여기 오면 따끈한 계란찜 이게 좋아~!" 하신다.  그래서 나도 야채 듬뿍 올라간 큼직한 놈을 하나 올렸다.  깍두기, 무채김치, 시금치,  무채볶음, 멸치, 콩나물, 미역줄기, 간재미회무침, 오징어젓갈, 도토리묵.. 그리고 시원한 동태국에 바지락과 두부 까지 넣어 끓였다.  햐~ 동태국 하나만 가지고도 먹겠다.  밥은 별도의 밥솥에 흑미로 지은 밥이 담겨져 있어 부족하면 더 가져다 먹을 수 있게 배려했다.  밥 맛도 제법 좋았다. 




식사후에 제공되는 수정과!  든든하게 잘 먹은 아침식사에 입안을 상쾌하게 해줄 수정과 한잔에 완전 기분 좋은 아침이다. 강원식당하고는 다르게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페이스북의 댓글 다신 분께서 추천하신 그 마음을 충분히 알겠다. 광주원협 무료제공식권으로 두번째 가본 뷔페식 자연마을 식당! 마음에 든다.



세번째! 굴비와 게장까지 올라간 청해식당[2월 2일]


이 식당은 공판장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 역시 문을 열고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인산인해다. 자리가 없다.  조금 기다려야 한다.  잠시 상호를 두고 생각에 잠긴다.  청해? 푸른바다!  그럼 이곳은 반찬들이 싱싱한 수산물들이 많이 올라올까?  궁금하다. 곧 자리가 비워지고 혼자 앉았다. 배달도 가야하고, 설겆이도 해야하고, 테이블도 닦아야 하니 조금 늦는다. 음식은 기다리는 맛이 있어야 식욕이 돋구워진다고 하는게 평소생각이다. 역시 이곳도 커다란 오봉 통째로 테이블에 올려 놓으신다. 바쁘니까 이해한다.  이곳 역시 내 돈으로 사먹는 것이 아니다 보니 여전히 백반이다.





멸치볶음, 새송이버섯, 배추 겉절이, 데친배추나물무침.. 참 색이 마음에 든다.  칙칙하기만한 겨울엔 이런 녹색채소가 참 기다려지고 잘 어울린다. 몸에도 좋고 말이다.


와우~~게장까지,..ㅎㅎ  두부양념조림, 묵은김치, 열무김치!  일단은 이정도면 푸짐하다. 맛도 그리 짜지 않아 좋다. 


조금 있으니 굴비 두마리를 구워서 더 가져다 주신다. 내가 예쁜가?~~ㅎㅎ 다른 사람들의 상위에도 모두다 올라간다!  혼자 먹다보니 미안했는데.. 뒤이어 오시는 아저씨 아주머니 세분이 합석을 요청하셔 흔쾌히 허락했다.  이러한 공판장 주변의 식당에서는 흔히 볼수 있는 광경이다.  내 앞에 계신 아저씨분이 담양 창평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분이어서 농사에 관해 이것저것 좋은 말씀을 나누었다.  아저씨도 이번 딸기 토경재배농사를 고설양액재배로 바꾸신다고 한다. 잘 되시기를 마음으로 기원드린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정겹다.


네번째! 노른자 안터진 반숙 계란후라이가 참 맘에 들었던 창평 시골국밥집의 애호박 된장찌개[2월 5일]


광주원협 지정식당중에서 이곳이 네번째 마지막이다. 네 군데 식당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광주원협 각화동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있다.  식권에는 간이식당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계단을 내려가다보면 벽면에 구내식당이라고 쓰여있다.  그렇지만 정식 식당상호는 "창평시골국밥" 이다. 아마도 국밥을 전문으로 하는가 보다. 이곳 역시 메뉴판이 커다랗게 주방 전면에 붙어 있다.  식권을 보여 드렸더니 주인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무엇 드실래요 ? 한다.  백반 주세요! 했더니 여긴 백반이 없단다.  김치찌게와 된장찌게중에서 선택하라신다. 이곳도 새벽부터 배달이 많은가 보다.  주방 앞에는 같은 모양의 배달 바구니 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다.



애호박 넣은 된장찌게를 주문했다.  다른 식당과는 달리 반찬 가짓수가 적다.  하지만 뭐 어디 병사가 많다고 전쟁을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잖는가?  소수정예화~ ㅎㅎ  반찬들이 간간하니 짜지않고 입맛에 맞았다.  그 중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계란 반숙이다.  보통은 노른자 툭~ 터져서 완숙으로 익혀 나오지만... 파송송 썰어 고명처럼 올리고 노른자를 터지지 않게 반숙으로 부쳐 냈다. 주인장의 손님을 위한 정성이 보이는 부분이다.  부부가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보이는데, 남자 분이 단정한 흰 주방장 복장을 입고 음식을 다루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주머니분들도 식당상호가 선명히 인쇄된 깔끔한 앞치마를 착용하시고 계셨다.


애호박 된짱찌게! 내용물이 푸짐하다.  새송이버섯, 감자, 두부, 애호박, 붉은고추, 양파, 팽이버섯이 들어 있다.  이정도면 충실하다. 조미료 맛이 조금 아쉬웠지만..


[마음을 빼앗은  계란 반숙]


애호박된장찌게 한 숟가락 푸~욱 떠서 밥과 함께 비벼 먹습니다.^^


또 한가지.... 물병에 들어있는 따스한 둥글레차! 이 또한 보통 정수기에서 뽑아낸 찬물이 들어있기 다반사인데...겨울철에 맞게 따듯한 온수여서 더욱 맘에 든다.


 광주원협 각화동 공판장에서 먹어본 네 군데 식당의 아침밥! 우선 공짜라서 기분이 좋고, 그날 그날 입맛의 기억을 따라 골라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어떤 곳이 가장 맛있다 하는 것은 오로지 글쓴이의 입맛이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첫번째 식당이라 더욱 기대가 컷던 강원식당... 역시 실망도 크다.  다른 음식들은 어떤지 잘 모른다.  두번째 자연마을... 내가 원하는 반찬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뷔페식의 깔끔한 식당으로 합격점!  세번째... 청해식당...준비되는 반찬들이 제법 넉넉하게 담아져 나오고, 서글서글한 아주머니의 인상이 좋다.  네번째 구내식당(창평시골국밥)... 깔끔한 복장, 음식들을 쟁반에서 내려 테이블에 가지런히 해 주시는 부분, 냉수가 아닌 따스한 온수에 둥굴레차 티백을 넣어 손님을 배려하는 모습, 음식맛도 짜지 않고 입맛에 맞아서 기분좋은 집!  다음엔 돈을 더 주더라도 그 유명한 창평국밥을 먹어 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커다란 드럼통에  추위를 달래줄 장작불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채소동 건물 한쪽의 가슴 아리는 풍경 입니다. 한파가 기승인 날에 전기 스토브에 의지한 채 양파며, 대파를 도매하시는 중간상인들과  그분들에게 아침 식사를 배달해 주시는  한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대파도 많이 팔려 나가고, 식사 주문 배달도 많아서 이분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근데 참 멋진 상호 입니다.  굿모닝~~ 상회!!  이웃님들도 언제나 굿~~~모닝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