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들의 이야기

아버지의 구두

푸른희망(이재현) 2009. 3. 31. 10:38

 

길을 걷다가 문득, 한 곳을 응시할 때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을 하고  의족에 의지한 채 위태위태 걸음을 옮기는

아저씨를 바라볼 때는 불현듯 아버지에 대한 그림움이 밀물같이 파고듭니다.  .....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면서 귀여움을 독차지 하던 작은 꼬마 아이가 눈에 아른 합니다.  말씀으로 미뤄 그렇습니다.

 

 큰 고모님의 등에 업혀 재롱을 피던 천진난만한 잘 생긴 아이 말입니다.

조부모님께는 금지옥엽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그런.... 귀여운 소년

인생을 송두리째 불행으로 내팽개치게 한 청천벽력, 여리고 가느다란  작은 생명에게 소아마비라는 평생 장애의

굴레가 무겁게 무겁게 공포처럼 급습을 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눈물나는 기나긴 치료의 정성도 하늘은 무심했지요. 

 깊은 산속 명의라 소문난 땡중에게 지옥같은 감금의 1년이라는 세월을 고통으로 안겨 주어 

조부모님은 평생 가슴에 한이 되셨습니다. 

 

 45년 평생을 눈물과 한으로 얼룩지다 가신 아버지가 오늘은 너무도 그립습니다.  

장애의 불운을 결코 탓하지 않으며 네 아이의 당당한 아버지로서 삶을

살다 가신 내 아버지,  저도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보니 아버지의 크고 넓고 깊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 갑니다. 

 

 엔진룸이 버스의 제일 앞 부분에 불룩히 튀어 나와 겨울이면 제일 따뜻했던 그 시절,

 아버지는 목발에 의지한 불편한 몸이셨지만 장군의 기세처럼 힘든 버스를 올라 타시곤 했지요.

으례히 엔진룸 자리는 아버지의 지정석이 되었었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가슴 깊이 뭉클한 무엇인가가

느껴집니다.  아버지의 불편한 다리로 인해 늘 아버지의 구두는 왼쪽 구두는 항상 앞부분이 닳았고, 

오른쪽 구두는 거의 새구두 였지요. 오히려 목발의고무받침을 자주 교체를 해야만 했습니다.  

아버지의 구두는 평생 2켤레 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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