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행복보금자리

잠든 아내의 퉁퉁 부은 손을 조심스레 잡아 봅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1. 1. 31. 12:13

 

며칠전부터 퉁퉁 붓는다고 하더니 ....그냥 눈물이 나려 합니다.

막내 푸른별이가 예쁘게 칠해준 비취 빛의 메니큐어가 곱게 보이는 아내의 거칠어진 손을 가볍게 잡아 봅니다.

"나도 그래~!" 하며 퉁명스럽게 받아치던 그때가 자꾸 맘에 걸립니다.

일요일인데도 독거노인, 수급자 가정에 설명절 복지음식을 돌린다고 면사무소를 출근하고 돌아온 아내 입니다.

 

"여보~ 조금 힘드네~"

 

"저~9시에 깨워줘요~!" "꼭이요~"

 

하며 지친 몸을 이불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저녁 9시에 또 광주로 야간 식당 청소 아르바이트를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집니다.  가만히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함께 만나 서로의 옆지기로 살아온지도

스무해를 맞고 있습니다.  참으로 긴 세월인데도 지나버린 시간의 흐름이 이미 가버렸기에  일장춘몽 같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둘이 만나  이제 둘 사이에는 소중한 보물들이 넷이나 생겼습니다.

 

첫 아이, 푸른하늘이를 낳았을때 그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아내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온 몸이 호빵처럼 부어 있었어도 너무나 고왔던 이십초반의 아내를 또렷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기쁨 넘치는 출산까지 너무나 서툴렀던 초보 부모 준비가 피식 웃음이 나오게끔 합니다.

 

칼로 물베기 라는 티격태격 다툼도 참 많이 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난 두 청춘이 어찌 충돌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서로가 잘 참아주고, 이해해 주고, 배려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엮어  오늘에 까지 무탈하게 잘 왔습니다.

마음속에 늘 미안함이 자리합니다.  남들은 결혼 기념일이다 , 생일 이다 하면  반지에, 목걸이에, 선물을 한답시고 즐거운 비명들을 지르는데...지금까지 단 한번도 싸디싼 모조 가락지 하나 해 준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 있을때 잘해,  건강할 때 잘해~!" 라고 말을 했지만 정작 아내에게 만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삶이 지치고 힘들다는 이유로 아내의 희생만을 강요했었나 봅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꺽이지 않는 1월의 마지막 휴일 아침,  잠이 많은 아내는 온몸을 붙잡는 피곤을 털어내며 마음 따스한 일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늘따라 재현이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게 저려 옵니다.  이내 잠들어 버린 아내를 긴 시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습니다. 

처녀시절 긴 머리로 땋아 묶어 예쁘게 한들거리던 그 고운 머릿결이 거칠고 숱도 많이 빠져 허옇게 두피가 드러납니다. 

편백잎의 효소가 좋다하여 담가 주었는데... 그리 큰 효과는 없는가 봅니다.  곤히 잠든 아내~~ 세상 모르고 잠을 잡니다.

 

벽시계를 봅니다.  9시를 조금 넘고 있습니다. 

 

"여보~ 일어나시게~?" 뒤척 거리더니

 

"몇신데~?"

 

"9시가 넘었어~?"

 

잠을 잔지 두시간이면 정말 단잠에 빠져 들 시간입니다.  이때 몸을 일으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밖에 눈이 많이 내리는데 갈 수 있겠어~!"

 

"몸도 피곤하다면서 오늘은 좀 쉬지 그래 ~!" 내가 묻습니다.

 

아내가 전화를 돌립니다.  아마도 함께 일하는 아줌마들인 듯 했습니다.

5분여를 통화하더니 주섬주섬 입었던 옷을 벗습니다. 

내리는 눈들이 고마운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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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월 아내 생일에는 예쁜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제 마음이 담긴 작지만 예쁜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