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 일 ~
장성 황룡중학교 도서관에 폭소와 실소로 한바탕 무너졌습니다. 담양군청 한국 가사문학관 문화 해설사 님이시면서 수 많은 기관과 단체에 아름다운 시와 고전을 주제로 멋지게 배꼽잡는 강연을 하시는 아호는 여진, 함자 이 정옥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박 인화 선생님의 소개에 이어지는 선생님의 봄 밤의 시의 향연은 그 끝을 모르고 5월의 보름달이 한참을 둥그러질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정말 감탄 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에 매료되어 2시간여의 시간이 마법같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지루할 수가 없었던 봄 밤의 문학 데이트 였습니다. 작약의 아름다운 꽃무늬가 새겨진 붉은 빛 울긋 불긋 선생님의 치마자락이 너무도 고와 보였습니다. 거칠은 듯~ 부드럽게, 조용한 듯~ 정신 번쩍 나도록 백양사 주지스님의 백팔염주 이야기를 시작으로 참석한 학부모님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보름달 휘영청 둥근 달이 교실 창 바깥에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한 줄의 글이라도 느껴야 한다.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만 못하며, 느끼는 것 보다 즐기는 것이 더 좋다" 라는 말씀에
저의 만년필은 쉴새없이 메모장을 채우고 있었지요~ 시의 가락에 음을 띠워 부르시는 흥겨움에 흠뻑 취하는 멋진 밤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들려 주시는 멋진 시를 적어 봅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 처럼
보내지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것을
모든 순간이 다 꽃 봉오리인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것을
(다음검색 일부참조함)
모든 것들과의 만남의 순간이 중요함을 이야기 하는 마음에 새길만한 시가되어 내 가슴속에 새겨지는 아름다운 저녁 입니다.
가지런히 책상 위에 놓여진 쑥색의 절편 떡과 불그스레 수줍은 토마토들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준비한 사람의 정성과 배려가 따뜻하게 느껴 집니다.
인간의 오욕칠정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시들속에서 오히려 더 인간적임을 느끼는 것은 왜 일까? 오욕이라 함은 재물욕, 명예욕,식욕,수면욕, 색욕이 그렇고 칠정이라 함은 喜, 怒, 哀, 樂, 愛, 惡, 欲 시 속의 지은이들의 진정한 풍류를 느끼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걸쭉하고 조금은 야한 듯 자지러지는 폭소와 웃음이 달밤의 황룡중학교 도서실을 더욱 환하게 빛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김소월님의 진달래 꽃의 지방별 사투리 버전에서는 아주 커다란 웃음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경상도]
내 꼬라지가 비기 실타고 갈라카모 내사마
더러버서 암 말 안코 보내 주꾸마 영변에 약산
참꽃 항거석 따다 니 가는 길에 뿌려 주꾸마
니 갈라카는 데마다 나둔 그 꼬슬
사부자기 삐대 발꼬 가뿌래라
내 꼬라지가 비기 시러 갈라 카몬 내사마
때리 쥑이 삔다 케도 안 울 끼다.
[충청도]
이제는 지가 역겨운감유 가신다면 어서 가세유
임자한테 드릴건 없구유 앞산의 벌건 진달래
뭉테기로 따다가 가시는 길에 깔아드리지유
가시는 걸음 옮길 때마다 저는 잊으세유~
미워하지는 마시구유 가슴 아프다가 말것지유~
어쩌것시유 그렇게도 지가 보기가 사납던가유
섭섭혀도 어쩌것시유 지는 괜찮어유 울지 않겄시유
참말로 잘가유 지 가슴 무너지겄지만
어떡 허것시유 잘 먹구 잘 살아봐유~~
[전라도]
나 싫다고야 다들 가부더랑께 워메~ 나가 속상하겨
주딩 딱 다물고 있을랑께 거시기 약산에 참꽃
허벌라게 따다가 마리시롱 가는 질가상에 뿌려
줄라니께 가불라고 흘때마다 꼼치는 그 꽃을
살살 발고 가시랑께요
나가 꼴배기 시러서간다 헌담서 주딩이꽉 물고 밥 못쳐묵을때까지안 올랑께
신경 쓰덜말고 가부러랑께 나가 시방 거시기가
허벌나게 거시기 허요이~~
(다음 검색 일부 참조)
학교 도서관에 학부모님들이 많이 오셨다.
[적자생존] 적는 자 만이 살아 남는다는 진리를 믿습니다.~^^*
생각의 숲 부모 모임과 기념촬영도 했어요~
중앙에 김정준 교장 선생님, 제일 아래쪽에 국어 담당이신 박인화 선생님 이십니다.
좋은 강의 준비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흔쾌히 허락하시는 기념 사진에 밝게 웃으시는 이정옥 선생님의 모습이 온화해 보이십니다
울긋불긋 작약의 아름다운 꽃들이 수놓아진 치마 자락이 정열적인 이 정옥 선생님의 이미지와 너무도 잘 매치가 됩니다.
끝으로 조지훈님의 "사모"를 낭송 해 주셨지요~~ 시와 더욱 가까워지는 창가에 걸린 휘영청 밝은 달처럼 그렇게 살아가리라 뜨거운 태양보다 은근히 빛나서 밤길 밝혀주는 그런 달빛이 되는 시와 노래와 흥이 있는 문학의 밤 입니다.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으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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