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장성구석구석

장성의 요월정에서 필암서원까지 입춘 소식을 찾아 둘러 봅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2. 2. 6. 06:00

2월2일 오전엔  딸기하우스 바로 건너편의 작은 언덕위 구릉에 위치한 요월정원림을 올랐습니다.

요월정의 눈내린 풍경은 참으로 절경이 아닐수 없습니다. 이런 곳이  인근에 위치한 것이 참으로 감사할 일이랍니다.

이곳은 조선 명종  공조 좌랑을 지낸 김 경우 선생께서  산수와 벗하며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것으로 달을 맞이하는 정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지요.  당대의 명사인 하서 김인후 선생, 고봉 기대승 선생, 송천 양응정 등이 시를 읊조리던 곳으로  팔작 지붕 건물에 2개의 방과 동쪽으로 마루가 나 있어 亭 보다는 에 가까운 건축물 입니다.

 

소복하게 얌전히 내린 솜이불같은 눈빛을 받아  푸른 색의 단아한 단청들이 더 청명하게 보입니다. 

붉은 꽃잎도,  그토록 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잎들도 모두

비우고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백일홍 나무가  있어 그 운치가 한층 잘 어울립니다.

 

잠시 하우스 일손을 멈추고

뽀드득~ 뽀드득~  눈들의 아우성을 재미삼아 걷습니다.

요월정으로 오르는 입구에  두 마리의 석룡이 큰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오시는 님들 놀라지 않도록  오늘은 잠시 눈이불을 덮고 있어요~  왼쪽에 보이는 정자는  1999년도에 건축한 황룡정 이랍니다.

 

계단 하나 하나 오르는 길에는

독야청청 푸른 솔들이  세상모진 풍파 감싸 안고 말없이 그 자리를 고수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 아침에 요월정을 오른이가 없나 봅니다.   왠지 기분이 좋은 것은 처음 이라는 그 느낌~~^^

 

 

3~4십여 계단을 오르면  목책이 안전하게 설치되어 있는

평지를 삼십여미터 더 걷습니다. 우측  소나무 뒤로 살짝 보이는 지붕이 바로~~

 

요월정이 빼꼼~~ 단아한 자태를 드러내지요

 

조금 더 가면 우거진 백일홍(배롱나무)들이 작은 터널을 이루듯  겨울을 이겨 내고 있습니다.

 

보이시지요?

자주빛 기둥과  푸른색의 단청의 산뜻한 요월정 입니다.

백설의 순수함과 너무 잘 어울리지요~

 

 

 

요월정에 다다르면

좌측으로  보이는 한옥 세채가 보입니다.

이곳이 전 장성군수 고김 흥식님의 선산이 있는 곳이어서

관리주택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2년의 마음속의 봄은 이렇게

이미 혹독한 겨울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문화의 소리없이 흐르는 역사적 숨결에서 찾아 볼수 있습니다.

하얀 겨울 동장군이 아무리 거세게 시련을 주어도 푸르던  생명들을 모두 떨구어 목숨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려는

깊숙한 곳의 열정만큼은  어찌할 수가 없는 법이지요

 

마당에도  주인의 발자욱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인기척을 숨겨 여행객의 자유를 침해 하지 않으려는 배려일 지도 모릅니다.

설령 게으름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리 보지 않으렵니다. 

저기  장작더미에서 일찌기  주인의 근면함을 읽어 버렸기 때문 이지요

 

요월정은 단조로운 하나의 정자가 아니라  60여 그루의 배롱나무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조화롭게 멋드러진 정원림을 가리킵니다. 

후손 김 경찬이 이 곳의 경치를 찬양하여 ‘조선 제일의 황룡이다’ 라고 현판에 새겼더니, 나라에서 불러 “황룡이 조선 제일이면 한양은 어떠하냐”라고 질문을 해서 “천하에 제일입니다”라고 답하여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합니다.

 

요월정의 뒷 숲에서 담아 본 모습 입니다.

하얀 겨울에  더 그 운치가 더 함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앞쪽으로는 황룡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 

그 때 그 시절  이곳에 앉아 있으면 절로  싯구절이 읊조려 질 것 같습니다.

 

오던 길을 돌아 다시 내려 갑니다.

아쉬운 것은 입춘이 낼모래인데... 봄을 맞이하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입춘방을 볼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아래로 내려 오면  1999년도에 건축한 황룡정자가  보입니다.

계속해서 내리는 눈발속에  젊은  황룡정과  오래 묵어 풍채가 멋스러운 요월정이 [ 아니  요월당이라는 표현이 더 잘어울려 보입니다.]

숲속에서 묵묵히 세월을 쌓으며 유유자적하는 선비의 모습입니다.

 

 

아쉬운 마음 가득히 집으로 돌아온 시각~

 

마침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제 눈에 보이는 반가운 풍경 입니다. 

독학으로 서예를 배우신  78세 할아버지의 멋진필체의  입춘방이 보입니다.

[6시 내고향 피디님~ 사진 두장 담았어요! 괜찮지요~~]

 

이웃에 살고계시는 할머님의 담벼락에도

두 장을 가져가서 붙여 주고 계시는 장면 입니다.  참 마음이 넉넉한 할아버지 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의 문구를 머리를 마주 붙이고 비스듬히 하는 것은  두 손을 기도하듯이  합장하고 염원한다는 의미라는

설명까지 해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다음날 아침 ~

이번엔 장성의 대표적 서원인  하서 김인후 선생님의 필암 서원을 찾았습니다.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의 멋진 입춘방을 찾아서~~말이지요.

하지만 기대했던  서원의 정문인 "확연루" 출입문에도  애타게 찾는 입춘방은 보이질 않았어요 ~~

 

유생들이 학문을 닦던 "청절당"으로 들어가는 작은 출입문에도 ~~

그럼 어디 있는거야?  어디서 찾지?~~~

 

아이쿠~~

찾았습니다.  관리사로 있는 별채 가옥의  작은 문 옆의

기둥에 붙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반가운 것일까요~ㅎㅎ

의미는 여러분 다 잘아시지요? 

봄이 시작되는 입춘에 좋은 일들과 경사스러움들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랍니다.

 

 

 

세월이 점점 흐르면서  현대식 주택들에서는 잘 찾아 보기 어려워지는  입춘방~

나무 대문이나 오랜 전통 가옥의 담벼락에 붙어 있는 것이 더 멋스럽게 느껴짐은 왜일까요?~

아직은 어디에서도  봄의 소리와 기운을 찾을 수는 없지만... 필암서원을 돌아 나오며  지나는 건너편의  시골집 지붕의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화연의  난무에서  졸졸 흐르는 개울가 얼음장 밑의 물소리에서부터 올지도 모릅니다.

 

2월까지 빨강미인들과 달콤데이트

할 수 있어요~~ 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