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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여행]장성팔경중에 제7경인 입암산성 나홀로 산행기

푸른희망(이재현) 2013. 10. 28. 06:00

입암산성 산행

장성 거주 10년만에 처음 올라간 천혜의 요새 입암산성


 딸기농부 입으로만 외쳐대던 "입암산성  산행"을 무려 10년여를 벼르고 별러 지난 10월 16일 목요일에 다녀왔습니다.  아내는 바쁜 농사철인데 무슨 산행이냐며 손사레를치고 얼굴을 찡그렸지만 마음먹은 일은 해야 하는 성격이라 이번엔 아내의 만류도 뿌리치고 주섬주섬 물과 간식거리 몇개 챙겨 길을 나섰답니다.  그야말로 나홀로 산행이었죠!  소셜 페이스북의 벗으로 계신 이 제국 대표님으로부터 특별할인 가격으로 구매한 데이아웃 등산화를 착용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화물차를 몰아 입암산성이 위치하고 있는 장성 북하면의 남창계곡에 주차를 하고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 멨지요.  산행하는 내내 가벼워 참 편했던 느낌 입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 처음 보게된 입암산성! 햐~ 정말 놀랍더군요.  깊은 산속 정상 가까이에 이런 석성이 축조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성벽의 빈틈없이 오밀조밀하게 채워진 돌들에서 오래전 선조들의 나라를 지키려는 수호정신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산 정상에 못미쳐 동서남북으로 둘러쳐졌을 산성! 지금은 북문쪽은 남아 있지 않지만 산능선을 따라 걷는 내내 곳곳마다 나타나는 석성의 흔적들이 실로 감개무량하기까지 했답니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우리 땅을 지금까지 지켜 낼 수 있었던 것도 굳건한 국토수호의 의지들이 아니었나 합니다. 


등산 초입에 있는 국립공원 탐방 안내센터 앞 안내도

딸기농부는  나홀로 산행으로 제일 쉽다는 제1코스인 "입암산코스"를 선택합니다. 

출발한 시각이 오전 11시로 동절기로 들어가는 시기여서 해가 무척 짧아졌기 때문에 무리한 산행은 금물이었지요.


십여분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장성새재 옛길....오래전 과거보러 가는 사람들이 넘어 다니던 길 이랍니다. 


햐~ 이곳에도 편백과 삼나무의 숲길이 조성되어 있군요.

왼쪽이 일반 산행길이고, 오른쪽 길이 편백숲을 산책하듯 걸어 갈수 있는 곳입니다. 

끝자락에서는 결국 다시 합류하는 곳입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편백숲길을 걷는걸 추천합니다.

다만 저는 늦은 출발로 왼쪽 정상적인 산행길을 이용합니다.



은성동 삼거리... 출발한 탐방안내센터에서 1.5키로 정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입암산성 남문을 먼저 만나려면 오른쪽 길을 선택해서 올라가야 하는 갈림길 입니다.  남문을 지나 갓바위에 올라 하산시에

반대편으로 향하면 왼쪽 길을 이용해서 내려오게 되어 다시 만나는 지점입니다.

삼십여분 걸어 왔으니 목을 축이려고 보라농장 황토밭 사과 한개를 먹습니다.

산행하면서 먹는 사과 맛! 햐~ 꿀맛이 따로 없습니다.


아직은 푸른 잎 그대로인 단풍나무도 올려다 보고


산행 중에 만나게 되는 난공불락 천혜의 요새, 입암산성의 

 아래쪽 외곽부분에 적들을 감시하고 공격하기위해  세워졌던 차단성, 옹로[유인통로]등의 

다양한 방어시설을 볼수가 있답니다.


입암산선 등산에 첫 동행한 새 신발 "데이아웃" DO-11A 입니다. 

아주 가볍고 방수처리가 되어 돌밭길과 계곡 도랑을 건널 때 아주 좋더군요.




조금 이른 듯한 단풍의 손짓이 아쉽기는 해도

산행중에 만나는 숲속의 산야초와 아름드리 참나무의 위용에도 눈길이 가더군요.

산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느리게 오르면서 느끼는 여유 입니다. 

 산행 1시간여가 지나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입암산성 남문의 모습 입니다. 입암산성중 남문은  복원이되어 옛모습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많이 허물어 지기도 하고,  앞쪽으로 수목들이 울창하게 자랐지만  석성의 견고함에서 당시의 수고로움을 느낄 수가 있네요. 입암산성은 삼한시대 처음 축성된 포곡식 산성으로 고려시대에는 대몽골 항쟁을 거치고, 조선시대 정유재란 당시의 의병장 윤진이 왜적과 맞서 싸우다 순절한 호국의 성지 이기도 합니다.  


 입암산 능선을 따라 조성된 입암산성은 길이 5.2키로 , 높이 1~3.5미터의 대규모 산성으로 호남의 주요 곡창지대인 정읍, 장성, 고창, 영광, 나주 등을 보호하는 호남제일의 산성이었다고 합니다.  입암산성은 남문과 북문 , 3개의 암문지[전쟁시 적의 눈에 띠지 않게 만든 작은 성문], 6개의 장대지[군사들의 지휘와 적을 감시하기 위한 시설] 등 성곽시설이 남아 있으며 , 관아터, 사찰터, 창고터 등 다양한 성내 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곳입니다. 






남문의 기둥이 있었던 주춧돌이 한여름 폭우의 거센 힘에 버티질 못하고 빠져 나와 위태해 보이지만

좌우 주춧돌 사이에 옹달샘같은 물웅덩이에 비친 푸른하늘과 가을 단풍이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남문에서 한참을 둘러보고  다시 산행 길을 재촉하는데 누군가 정성들여 쌓아 놓은 돌탑!

정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숲 사이로 비치는 가을 햇살이 좋군요.


이름은 모르지만 꽃도 지고 열매를 맺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산야초에 눈길도 주고


어릴적 겨울방학이면 할머니께서 곶간에서 내어 주시던 고욤!

부러진 가지에 매달린 고욤들! 아직은 약간 떫지만 그 맛이 혀끝에서 추억을 끄집어 내게 합니다. 


산행 1시간 30여분이 지나 만나게 되는 평탄한 들길 입니다. 

햐~ 이런 곳에 이렇게 평탄한 길이 있다는 것이 놀랍군요. 

입암산성 내의 넓은 분지에 형성되었던 각종 건축물들과 생활도자기들의 조각들이 개천가에서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답니다.

실로 놀라워서 얕으막한 도랑 여기 저기서 깨어진  기와와 도기들을 한데 모아 보았습니다.  오랜 역사의 숨결들과 만나는 

이 시간, 가슴속 뭉클함이 밀어 올라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몇 백여년전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사용했던 것들을 직접 보고 만지는 느낌 참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입암산성 내의 민가터 ....  산성 안쪽 평탄지역 안에는 군데 군데 버드나무들이 많습니다.  

작은 개천들도 사람들이 살기에 아주 적합한 것임을 짐작케 했지요.  


당시의 어린 아이들이 멱감고, 가재잡고 물장구 치던 모습들이 보이는 듯 합니다. 


버드나무가 가장 큰 것으로 보아 마을의 중심 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끼리 신나게 옹기종기 모여서 놀이를 즐기는 모습도 연상이 됩니다. 


곳곳에 남아있는 돌담들의 흔적!



햐~ 진짜 가재가 있어요^^


산국이 작고 앙증맞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향은 또 얼마나 진하고 좋은지~!


[입암산성 습지는... 말의 구유처럼 생긴 입암산성의 지형과 산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7개의 저수보로 인해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수지였으나 갑오개혁 이후 산성이 폐성화되고 사람들이 이곳에 농사를 짓게되어 사라졌다가 사람들이 떠난 후 다시 습지가 된 독특한 고산습지 랍니다.  현재 입암산성 습지에는 160종의 식물과 72종의 조류 , 삵, 붉은박쥐 등 멸종위기 종을 포함한 포유류 8종, 다양한 양서파충류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된 생태계의 보고로 우리가 보호해야할 습지 랍니다. ]


넓은 습지 내의 평탄한 길들이 자주 보입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온 피곤함을 편안하게 달래며 걸을수 있는 길입니다. 



습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나 봅니다.  여기를 지나면 보이는 의병장 윤진의 묘비입니다. 

커다랗고 넓직한 바위가 있는 곳에서 백여미터 산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윤진은 정유재란 때 의병 100여명과 함께 왜적과 맞서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 입니다. 

영조 18년 이곳에 순의비를 세워 그의 충절을 기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상이 아직 멀었는데 해가 급히 기울고 있어서 서둘러야 할 듯 싶네요.  

쑥부쟁이 인듯, 벌개미취 인듯 가을 야생화가 돌뿌리 위에서 반갑게 웃어 주네요





북문은 흔적조차 없어 아쉬움이 남지만 산행중에 평탄한 길들이 많아 느린 걸음으로 

조용한 사색의 시간들을 많이 가질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조금 더 가면 입암산의 정상 갓바위가 나온다고 하네요

여기서부터는 산의 능선을 따라 나있는 등산로를 걷게 됩니다. 


북문 위치 표식을 막 지나자 마자 보이는 가파른 돌계단!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오릅니다.


거북바위...입암산성을 수호하는 거북바위, 옛날부터 거북은 물과 뭍을 오가며 적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존재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갓바위 아래의  거대한 거북바위는  입암산성을 수호하는 상징물로 조성되었다고 하네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인가 봅니다. 





햐~ 드디어 입암산의 정상 갓바위 전망대 입니다.   산행 3시간여만에 도착한 정상! 

북쪽으로 전북 정읍의 넓은 평야가 그림같이 펼쳐지네요! 평일이어서 그런지 등산객들 구경하기가 힘들더군요.

정상에서 맛보는 즐거움!  찐 밤과 고구마, 그리고 사과 또 한 개! 

왜 이렇게 맛이 좋은지..^^



갓바위 정상에서 만난 구절초!

모진 바람에도 의연히 꽃을 피워 낸 모습이 참 좋다. 


하산하는 길에...잠시 길을 잘못들어 20여분을 무척 고생했습니다.  밧줄을 따라 안내 표지판이 걸려는 있었지만 뒤쪽에서 보게 되니 실수를 하게 되더군요.  사람들이 지나다닌 발자국들이 있던 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무척 가파르기 때문에 의심도 했지만 이미 내려온 길이어서 조금 더, 조금 더 하다보니 나중에 길이 보이질 않더군요.  내려온 길을 힘주어 되돌아 올라 왔더니~ 휴~ 무무릎이 엄청 아팠답니다.  아주 조심해야 할 이정표가 바로 갓바위 아래 쪽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저와같이 엄청난 수고를 하게 된답니다. 반드시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만들어 놓은 탐방로 안내 이정표를 꼭 확인해야 하는 곳 입니다.  사람들이 지나 다녔던 발자국들이 보인다고 잘못 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가 있거든요.  특히 동절기의 해가 짧아지는 오후 시간대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곳엔 탐방로 주의해서 살피라는 경고문이 큼지막하게 세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정상 탐방로를 되찾아 산의 능선을 따라 나 있는 하산 길을 재촉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쉼터 입니다.  잘못들어 오르락 내리락 했던 20여분의 가파른 걸음에 자꾸만 양쪽 무릎에 통증이 와서 빨리 걸을 수가 없더군요. 이때가 벌써 오후 3시 20분을 가리키더군요.  해가 보이는 능선은 아직 여유있어 보이지만 우거진 숲이나 계곡쪽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아픈 무릎을 견디어 가며 숲속길을 나홀로 걷다보니 ...아~! 오전에 입암산성 남문으로 갈라지던 원성동 삼거리에 도착 했습니다.  일단은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하산길에서는 단 한명의 등산객도 보이질 않으니 은근히 긴장이 되더군요.  ㅎㅎㅎ 

다시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에 있어서 동행자가 반드시 2명~ 3명이 있어야 합니다.   나홀로 산행은 동네 앞산이면 모를까! 절대 단독 산행은 무척이나 위험함을 내포하더군요. 


위풍당당하게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입암산성을 보기 위해 농사철의 바쁨도 잠시 내려놓고 과감히 나섰던 나홀로 산행!  큰 사고없이 다녀왔습니다. 비록 중간중간 해찰의 시간과 갓바위 정상에서 길을 잠시 잘못 들어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더 걸려

 5시간 30분이 소요되었지만  역사적인 유적지에서 느끼는 선조들의 호국정신과, 탁 트인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넓은 평야와 겹겹이 걸쳐 보이는 산하가 답답한 마음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해주었답니다. 


딸기농부의 입암산성 나홀로 산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