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감말랭이 랍니다. 100세를 4년 남겨두신 장수할머니께서
손수 감을 깍아서 대나무 광주리에 말리신 감말랭이죠. 몇개는 곰팡이가 썰어
보기는 좋아보이지 않지만 먹어도 아무 탈이 없어요.
오랜만에 찾아 뵙는 주인할머니...처음 뵌지가 벌써 6년전..2009년이네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더 정정하셨는데...오래전에 돌아가신 증조할머니를 만나 뵌듯
언제나 뵈올때마다 가슴 한켠이 찡해 오곤 하죠. 올해는 이마와 손등에 주름도 많이 느셨더군요.
참깨심는 93세할머니( 2012년 )http://blog.daum.net/jhle7/8910686
세월을 어찌 감출수 있겠어요...
할머님의 사진과 글을 남겨 두는 것은 블로거인 딸기농부에게 작은 기쁨이기도 하지만
우리네 어머님, 할머님들의 고단한 삶을 오래 오래 남겨두고 싶은 욕심이기도 합니다.
찾아뵈었던 이날은 96의 고령의 연세에도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들고 대문없는 마당 입구 옆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계셨답니다. 비록 대나무가 바싹 말라 가볍다고는 하나
그 연세의 할머님에게는 조금 벅찬것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즐거워 하시는 할머님의 모습에서
아주 아주 오래전 풋풋했던 소녀시절의 익살스러움이 엿보이셨어요.
그런데..감이 떨어졌을까요? ㅎㅎ
하하~ 보이세요?
사진 오른쪽 하단에 떨어진 대봉감 한개~!
할머니께서 따신거예요^^ 대단하시죠? 정말
이미 검은머리는 하얗게 파뿌리가 되어버리고
곧추 서셨던 허리는 90도로 꺽어지신지 오래지만
감을 따서 허리춤에 들고 가시는 모습에서 다행히도 정정하신 모습이 보입니다.
세 개중 두개는 제가 따 드린건데요. 얼마나 좋아하시던지..ㅎㅎ
저도 할머니를 뵙는 시간만큼은 증손자가 된 기분이랍니다.
할머니의 마당에는 밭가의 호박 줄기들이 허락도 없이
점령을 하고는 못난이 호박들을 몇개 달아 냈군요.
올해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가물어 열매도 고작 이거라고 하십니다.
마당 저편 쪼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떫은 홍시감 나무엔
벌써 잎들을 떨구고 감 한개 남기지 않고 썰렁하네요.
에궁...너도 할머님만큼은 아니어도 나이가 들어 가는거니? ㅠㅠ
눈도 많이 침침해지셨는지 가까이 얼굴을 보여드려도
쉽게 알아보지 못하시다가 귀에 대고
"저~~할머니 땅에서 딸기농사 짓는 딸기농부에요~" 라고 큰 소리로
말씀을 드리고나서야 "응~ 그려?" 딸기는 잘 지었고? 하시며 제 손을 잡으십니다.
이럴땐 괜시리 눈물이 핑그르 돕니다..
앉아 계시는 마루 뒤편으로 대야속에 대봉홍시감 여섯개와
대나무 광주리에 썰어 말리는 감말랭이가 눈에 들어 옵니다.
증손주, 고손주들이라도 찾아오면 아마도 주실 요량 이셨나 봐요.
그러시더니 주름 가득한 손에 이내 광주리에서 감말랭이 하나를 집어
제게 주십니다. " 어여~ 먹어봐! 맛있어?" 하십니다.
코끝이 찡해오며 목이 잠시 메었습니다. 고개만 끄덕이다..
"네~ 할머니 참 맛있어요!" 했더니 한 웅큼 집어 주시며
"그럼 가면서 이따 먹어~" 다시 또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었지요.
맛있게 먹는 제 모습이 참 기분 좋으셨나봐요.ㅎ
요런 진짜 감말랭이 맛 보신분 나와보세요? 네~~ㅎㅎ
어린시절...제게도 이렇게 달고 맛있는 감말랭이를 만들어 주시던
할머니가 계셨답니다. 오직 할머니만이 들어갈 수 있는 창고(광)에는 감말랭이며, 항아리속의 고양이며
개구쟁이 손주녀석 입을 즐겁게 해 줄 군것질 거리들이 가득했었거든요.
어릴때의 행복한 추억이 생각나는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다가 감나무 옆 대추나무 가지 끝 높은 곳에
대추알들이 실하게 익어 탐스러워 "할머니 왜 저 위에 대추는 안 따셨어요? 여쭈자"거긴 손이 안 닿아~" 하십니다.
그래서 그러면 제가 따 드릴까요? 했더니 마루 밑에서 아까 감을 따시던 대나무 장대를 꺼내 주십니다.
대추를 따는 중간에 옆 감나무에서 떨어진 홍시 하나를 주우시더니
제게 건네시며 먹어 보라 하십니다. 바지 가랑이에 슥슥 문질러 한 입 베어 물으니..
햐! 꿀맛 입니다. 지금껏 먹어 본 대봉홍시감중에 제~일 맛이 좋았던 기억입니다.ㅎㅎ
할머니께선 대추나무 아래 고구마밭 이랑에 어지럽게 떨어진
대추알들을 주워 모으시고는 제게 주시더군요...
당신께서는 며칠전에 따 놓으신게 있다하시며
주섬주섬 저를 주셨습니다.
이번엔 대추 하나 입에 물었더니 맛이 제대로 들어 달달함이 입안에 가득했었지요.
96세 장수할머님의 대추선물! 그 어떤 비싼 선물에 비하리요.
대추알 가득 한봉지 들고 길을 나서는 내내
주인 할머니께서는 대문없는 마당 끝자락에 앉으셔 저의 털털거리는 화물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앉아 계셨답니다...
딸기농부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후년에도 100세를
건강히 맞으셨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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