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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곶감]가을햇살 참 좋은 날에 곶감을 만드시는 할아버지와 마당에 세워진 비밀의 6층석탑

푸른희망(이재현) 2015. 10. 31. 06:00


[10월 29일 햇살 참 좋은 가을날씨에 대봉감을 깍아 곶감을 만드시는 할아버지]


[사과대추라고 불리는 큼직한 녀석들을 맛보라며 따주시던 할아버지]


[마당에서 인기척  소리에 나오시는 할머니..저쪽 단감나무에서 감을 두개 따오시더군요. ]


할아버지를 알게 된것은 며칠전 우연하게 면사무소 2층 화장실 옆 작은 창문을 통해 보였던 개량 기와집의 아담한 텃밭...

한참을 내려다 보다가 마당 주위로 사과나무며, 감나무, 대추나무, 매실, 배 등의 과실수와 밭고랑에 심어진 싱싱한 무우, 

생강, 당근의 푸른 잎사귀들, 그리고 아기자기 화단에 각종 식물들과 가을국화들이 내 마음을 잡아 끌었다.  


그때 마침 빗자루로 마당을 쓰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눈에 띠었다.

저~ 할아버지~! 내려가선 할아버지댁좀 구경해도 되요? 여쭸더니

빗자루를 세우시고는 두리번 거리다 2층 창문쪽을 올려다 보신다. 

잘 안들리시는 듯 몇 발자국 가까이 오시더니 "뭐라고?" 하시며 되물으셨다.


"집 좀 구경하러 내려갈께요~" 하며 거진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말씀을 끊고는 

한달음에 달려 내려갔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큼직한 대봉홍시감들이 눈앞에 장관처럼 펼쳐진다. 

위에서 내려다 볼땐 보이지도 않던 발발이 한마리가 유난스럽게도 짖어댄다. ㅎㅎ


그리고 대문 옆에 닭장 안에는 낮선 사람에 불안했는지 흰 공작새가 한마리와 털빛깔이 고운 토종닭 하나가

혼비백산 닭장 안을 뛰어 다녔다. 그리고 마당 깊숙이 단감나무 잎에 가려진벽 쪽의 우리에도 흰 공작새 한마리가 더 보였다. 


대문 옆에 있는 녀석이 암컷, 그리고 마당 깊숙이 있는 놈이 수컷이라신다. 합사를 해 놓으면 수컷이 암컷을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 댄다고 해서 불가피하게 분리를 시켜 놓으셨단다. 그때는 화단옆 평상과 방으로 들어가는 현관문 옆엔 

알이 굵은 대추들과  밭에서 수확해온 붉은 팥알들이 평상 위에 가득했었는데...ㅎㅎ 그리고 대추나무 끝자락에 대여섯개 달린 

사과대추를 대나무장대로 털어 따주셨었다. 



작일(29일)아침 궁금해서 내려다 보았더니 어라? 평상위의 붉은 대추알들과 팥들은

온데간데 없고 주황빛이 예쁜 대봉감을 깍고 계시더군요. 딸기농부 어찌 이런 풍경을 보고

왜 아니 달려가지 않겠어요~하하하



할아버지 이젠 저를 알아보십니다. ㅎㅎ 대추가 널려져 있던 평상에서

오늘은 오전내 껍질을 깍은 대봉감을 고리를 끼워 처마 밑에 걸고 계시더군요.


아마도 할아버지의 솜씨는 아니시고

아무래도 할머니의 칼질 작품 인듯 보입니다. 

역할분담이 확실히 되어 있나 봐요.

할머니는 감을 깍고, 할아버지는 고리를 꼿아 그늘에 널기!



저의 인기척에 반갑게 대문을 열어주시고 들어가시던 뒷짐 지신 모습

곶감을 만드시려구 솔찬히 대봉감을 따셨다는데 아직도 가지에 많이도 달려 있네요

일주일전 볼때 보다도 국화들이 풍성하게 꽃잎을 펼쳤더군요.



곶감걸이 도구에 조심조심 깍은 감을 걸고 계십니다.

도와 드리려 했더니 손사레를 치시며 놓아두라고 하십니다. 

할아버지의 연세가 올해로 여든두해를 살고 계신다네요. 정말 정정하십니다.

처음 뵈올때 보다는 쌀쌀해진 기온에 두터운 잠바를 걸치셨어요.



고리를 꼿고, 다시 걸이에 걸고!

반복되는 일에 지치실만도 한데 입에 미소가 보입니다.

곶감이 숙성되어 맛이 제법 들때 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서울 사는 손주녀석들이 내려와 좋아할 모습에 힘이 나시는가 봅니다. ㅎㅎ 



할아버지의 곶감걸기..적당한 햇빛과 바람 그리고 선선한 가을날씨가

잘 어우러져야 맛있는 곶감으로 환골탈퇴 한다고 하시네요.


오잉? 그런데 걸려진 감들 사이로 보이는 저 탑은 무얼까요?

궁금해짐은 두말할 것도 없겠죠! 농가의 주택 마당가 화단에 일반적으로 

보기 어려운 6층석탑이 있었으니...당연히 궁금해야 하는게 맞는거죠!


그래서 할아버지께 여쭸습니다. 


"와~ 할아버지 저기 6층으로 된 탑을 직접 만드셨나요?"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탑은 아니네요. "

"혹시 직접 만들어서 쌓아 올리신거예요?" 여쭷더니 

눈썰미 하나는 제대로군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마당 화단에 탑이라 그것도 직접 만드셨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했더니

"비밀이야~ 자식들에게도 이야기 안했어~" 하십니다. ??


더욱더 궁금해짐은 당연하겠죠. 

자제분들에게까지도 이야기 하지 않는 사연.. 그것이 뭘까?...


대체 왜 쌓으셨는지에 대한 것은 묵묵부답이셨지만

1978년도에 직접 쌓으셨고, 탑의 제일 윗쪽엔 제주도에서 가져오신 작은 화강암 하나를

올려 놓았다고 말씀을 해주셨답니다. 


"할아버지 그럼 나중에 자제분들이 이 탑을 없애버리면 어쩌죠? " 했더니

"그 땐 내 죽은 뒤라 낸들 어쩔 수 없지..". 하시더군요.


78년도에 만들었으니 무려 47년을 할아버지와 함께 하고 있는 비밀을 간직한 탑!

자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만의 비밀...과연 그게 무얼까요...?

추모탑? 기념탑?.....아니면 기원탑?


옆에 앉아 종달새 지저귀듯 첫사랑이 어쩌구~

내 집을 처음으로 지어서 저쩌구~ 하면서 중얼거렸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여전히 굳게 입을 닫고 계셨다. 


아마도 대문 입구에 장승처럼 우뚝 서 있는  나이 먹은 감나무는 알고 있겠지만

그 녀석도 무구무언...ㅠㅠ


[할아버지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마당 한켠의 6층석탑]


마당가의 치자열매가 탐스럽게 열매를 만들어 냈다. 

한편으론 염색재료로 쓰기도 하지만 식용에도 많이 쓰이는 훌륭한 건강 식물이죠



30날 아침...다시한번 창문 넘어 어렴풋이...ㅎㅎㅎ

감은 여전히 햇살에 주황빛이 더욱 탐스럽고 평상위에 이번엔 엿질금이 가득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