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사진한장

논 위에서 썰매 지쳐요~^^

푸른희망(이재현) 2010. 12. 29. 02:56

언제였나요~ ^^

한 겨울, 코흘리개 친구들과 땅거미 지는 줄 모르고 까까머리 쓰다듬으며 씽씽

추수 끝나 썰렁한 논위에 잘 얼려진 우리들의 훌륭했던 자연이 주었던 선물 썰매장~

모든 논들이 다 이랬던 것은 아니었지요. 특히 물빠짐이 좋지 않았던 

논은 이리도 재미나고 신나는 놀이터 였지요. 옷을 두텁게 입어도 오들오들 떨었던 그 날은

진짜 왔다 였지요.  꽁꽁 얼어붙은 논바닥은 최고의 스케이트 장이었습니다.


또한 마을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개울들도 그 때의 겨울 동장군 앞에서는 모두가 꽁꽁~

논바닥 썰매에 지칠 때는 이 곳도 또 다른 재미의 아이들만의 공간이었지요.

가끔은 오진해서 얼음이 깨져 곤혹을 치르는 아이도 있었지만  따뜻한 모닥불이 

있어 추워도 추운지를 몰랐었지요.


그 때는 시골 장날에 가면 스케이트 날만을 팔았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대장간 수제표의 갈코리 모양도 있었고, 

조금 고급스러웠던 것은 신발 스케이트의 가죽부분이 없는 스테인리스 날도 팔았습니다.

진짜 최고의 농촌스럽던 것은 굵은 철사를 네모난 각목 중앙에 고정해서 만들었던 썰매가

정말 인기였답니다. 


망치와 못, 넓은 널판지, 그리고 네모난 각목..... 그리고 햇빛 잘드는 친구집의 튓마루~ ^^

까무잡잡 사내아이들의 웅성웅성 그리움이 쌓였던 비밀의 공간입니다.

엉덩이 앉을 만하게 널판지를 톱질하여 좌우로 각목을 고정하고 그 밑에 준비해 온

스케이트 날의 재료들을 훌륭하게? 고정하는 작업을 햇었지요.

이미 소년들의 마음은 논바닥에서 신나게 썰매 질주를 합니다.


그리고 좌, 우 꼬챙이를 만들 차례입니다.

적당한 두께의 소나무가 가장 흔한 재료였습니다.  T자 모양으로 못질을 하고 아래쪽에는 

못대가리?를 끊어 내고 머리 부분을 나무 깊이 박아서 

뾰족한 곳이 아래로 향하게 만들었다.


[노트에 내가 만들었던 썰매 끄적이기]



이쯤대면 소년들은 야호~를 질러대며 기분이 들썩거렸다.

온종일 소년들은 자신들의 멋진 작품을 만들며 깊은 우정을 가슴에 새겼다.


그러한 그리움이 묻어 나는 논위의 살얼음이 살짝 발을 대니 바스락~ 하고 깨진다

어린시절 그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왼종일 추웠다. 아니 그 다음날도 추위는 여전했다.

마을 곳곳 어디에나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요란했고,  갖가지 놀이의 즐거움이 시골농촌을 

농촌답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골농촌에도 시골소년들이 보이질 않는다. 왜 일까?~ 서글프다.

겨울을 이겨내는 왁자지껄 또래들의 아우성 소리가 전혀 들리질 않는다.

이 아름다운 시골에 아이들의 울고 웃던 그 소리는 다시 돌아 올수 있을 것인가?

그 때에 오늘처럼 내 손에 사진기가 있었더라면 ......


마을을 지나다 우연히 들어온 논 위의 얼음을 보니  소년시절의 즐거운 그리움이 밀려 옵니다.

그 때 그 시절은 다시 갈 수 없지만 추억속에 자리하여 늘 내 마음의 풍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