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장성구석구석

황룡장의 설 대목장 풍경

푸른희망(이재현) 2011. 2. 5. 03:53

설날이 며칠 남지 않은 1월의 마지막  황룡장을 다녀 왔습니다.

주차장 옆에 있는 아기 사슴 루돌프?  다섯마리가 반갑게 꼬마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눈씻고 찾와 보아도 어린아이들은 보이질 않습니다.   귀여운 루돌프들은 아마도 눈이 빠지도록

꼬마손님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초롱한 눈망울이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부디 반갑게 맞아줄 개구쟁이 녀석들이 오기를 바랍니다.  구제역과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니 장터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도 무겁게 하는 듯 합니다.

 

군청과 상인회에서 손님들을 맞을 플랫카드가 시장 어귀와 고가도로 밑에 얌전하게 걸려 있습니다.

장성의 황룡장은 5일장으로 매월 4, 9, 14, 19, 24, 29일 열립니다.  하지만 군의 홍보와 주변시설 현대화 사업에도 불구하고

활성화 되지 않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작년 11월에 개통된 황룡 지하차도가 뚫리면서 교통이 편리해 졌지만  점점

프랜차이즈 마트의 자본에 밀려 전통시장들이 활력을 못 찾고 있습니다.  상인회와 지역민들의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등의 풍성한

스토리파워를 갖추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생선가게 주인의 친정 어머님으로 보이시는  아주머니께서 쑥 인절미에 콩고물을 듬뿍 묻히시고

간단한 방법인 접시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계십니다.  연통이 없는 장작난로를 피워 놓고  동장군 기세에 맞서고 있습니다.

장터 풍경 취재를 말씀 드리니 흔쾌히 포즈를 잡아 주시며  콩가루의 고소함과 쑥의 향기가 가득한 인절미 맛도 보여 주셨습니다.

장터는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포근한 어머님 같은 곳 입니다.

 

 

자, 이번엔 명태포를 뜨시는 생선가게로 자리를 옮겨 봅니다.

동태가 냉동실에서 꺼내 약간 해동이 되어야 포가 부드럽게 떠진다는 주인 아저씨의 말씀을 들으며

뽀얗게 일어나는 명태포를 바라봅니다.  동태 한마리 발라 내는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더군요.  포를 뜨고 난

몸통과 머리는 여러 등분하여 얼큰한 동태국의 재료로 일품이라는 말씀도 잊지를 않으셨지요~^^*

 

여길 보세요~

이곳에서 생선 장사만 20여년 하셨다는 할머니께서 홍어 한마리를  착한 가격에 흥정을 마치시고 봉지에 넣어 주십니다.

홍어찜을 해놓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간장에 고추,쪽파,마늘을 송송 썰어 넣고 버무린 소스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어찜~~~

아휴~ 생각만 해도 꼴깍 꼴깍 군침이 넘어 갑니다.  여기서 잠깐 홍어 장사 할머니께서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을 살짝 귀띰해 주십니다.

"홍어란 놈은 암놈이 등치가 약간 크기는 한데.. 그것으로는 구분이 안되고 꼬리를 보면 가운데 크게 하나 있는 것이 암놈,  꼬리좌우에 두개가 더 달려 있지~"

 

전라도는 조기와 상어, 병치, 홍어찜등이 차례상에 반드시 올라 간다고 합니다.

특히 상어는 손질을 해서 선선한 그늘에 잘 말려 찜을 해서 올린다고 합니다.  실고추 송송 뿌려진 상어 고기~  그 맛이 참 궁금해 집니다. 알이 통통한 조기, 굴비도 으뜸 제수품 이지요~  직접 요리를 볼수 없음이 아쉽네요

 

그래도 생선가게 집은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황룡장에서 가장 맛있는 생선들을 준비하는 곳이랍니다.  ~  가격 또한 저렴하며 인심이 좋은 곳이지요

 

겨우내 저장했던 고구마도 보이고,  들기름 발라 약한불에 구워내면

그 맛이 고소한 김도 가지런히 손님을 기다립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와  주인 아줌마의 인심이 가득한 콩나물의 색깔이

참 맛깔스러워 보입니다.

 

여기는 한과를 즉석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코너 입니다.

한참을 지켜 보았습니다.  쌀 튀밥과 땅콩등을 조청을 녹인 솥에 섞어 한참을 휘젓다가

사각 틀의 넓은 판위에 쏟아 붓고는 둥그런 홍두깨 같은 목기로 여러번 누르면서 작업을 하니 일정한 두깨로 펴집니다.

막대를 대고 날이 시퍼런 칼을 몇번 쓰으~윽, 쓰으~윽 하더니  먹기 좋은 크기로 산산히 조각이 납니다.

이곳 판매장도 가족이 팀을 이루어 만드는 듯, 일사불란하게 분업이 잘 이루어져 있더군요~^^*

 

 차례상에 이거 빠지면 안되지요

바로 사과와 배 입니다.  차례상의 없어선 안될 감초같은 것 입니다.

그리고 곶감과 대추~ 이모든 것이 햇곶감과 햇대추로  빛깔 또한 곱습니다.

 

장터에서 먹을거리 빠지면 재미 없지요~

찹살미니 도너츠를 판매하는 코너,  따끈 따끈 호빵이 찜통에서 맛있는 냄새를

시장 구석구석 풍기며 익어가고,  장터 초입의 오뎅과 각종 튀김 포장마차가

인기가 좋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장보기도 역시 매한가지 입니다.

 

여기가 어딜까요?

다들 아시지요.  모르시는 분은 저기 벽에서 돼지코 잡고 서 계셔요~^^*

손님이 뜸한 이곳은 푸줏간 입니다. 인심좋은 인상의 아주머니와 이웃 상가의 상인들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며 연탄불에 군밤을 올려 놓고 계십니다. 그리고 피꼬막도 보이는 군요.  구제역으로 매몰되는 가축수가 늘어나면서

매입가격은 높아졌는데 소비자들에게는 그렇게 비싸게 팔수 없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다른 가게와는 다르게 손님이

뜸했습니다.  옆에 삶아 놓은 돼지 머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여기가 어딜까요?  고소한 냄새 안나셔요?

네~ 맞습니다. 바로 떡방앗간 입니다.  황룡의 "고향 떡집" 입니다.

젊은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패기 넘치는 떡집입니다. 마침 백설기 떡을 만들고 있습니다. 건포도가 알알이 들어간

고소한 떡의 대명사 입니다.  떡판을 거꾸로 "쾅" 하고 뒤집고는  손으로 "톡톡톡" 치니  적당한 크기로 분리되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아마도 미리 절단이 되어 있었겠지요~~ 이 곳은 방앗간이라  주문한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시니  그 흔한 "개평"은 꿈도 못꾸엇지요!^^*

 

 

 이번엔 절편을 맛깔 스럽게 뽑아내고 있습니다.

 

그 추억의 뻥튀기~  뻥이요~~~ㅎㅎㅎ

사방팔방으로 튀어 나가는 하얀 튀밥들이 고소한 냄새를 진동합니다.

 

장터 한켠에 자리 잡은 옷가게와 양말 점포 입니다.

예전처럼 명절이면 북적대던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앙증맞은 양말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요즘은  농산물의 원산지 표시가 엄격하게 단속이 되다보니

이렇게 푯말이나 스티커에 정확히 표시를 하게 됩니다.   소비자에게 성분과 원산지를 알려 줌으로써

선택을 유도합니다.  아직도 조금은 부족한 듯 해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의무입니다.

 

장터가 붐비는 날은 욘석들도  배부른 날이지요. 

 사람이 옆을 지나도 잠깐 잠깐 날개짓 하며  이동할 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느슨 합니다.

 

상인의 돈통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경기를 반영하듯하여 마음 씁쓸합니다.

푸른 배추색의 돈다발을 들고 침을 묻혀가며 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씨익~ 웃고 있는

돼지들처럼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고,  계속 웃음을 웃으면 행복이 옴을 믿어 보자구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쟎습니까~!

장성군 황룡면에 위치한 "황룡장터"는

전라도 지역에도 수많은 5일장이 있지만 장성군의 황룡장은 전라도 3대 5일장에 꼽을 정도로 많은 점포와

유동 인구를 자랑했다고 한다. 시골장 치고는 규모가 커 2시간 정도는 돌아봐야 할 정도였다는데..

황룡장은 원래 현재 황룡면사무소 부근 원황룡에 위치해 있었다. 1962년 경 여러 도로 사정으로 인해 기존 장터가 좁아지면서 현재 황룡면 월평리 151-1번지와 장성읍 영천리 삼월동 1371번지 일대로 옮기게 된 것이다.

또한 건물이 낡아 몇 년간 보수만 해오던 것을 2001년 총 29개 동을 개량하면서 최신식 건물로 탈바꿈했다.

 

새벽 3시에 열리는 우시장은 전라도 최대 가축 시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10여 년 전 연간 10만 마리 이상 거래되던

장성 우시장이 최근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또한 구제역의 여파로 한산함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언제나

우렁찬 한우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자못 걱정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활달했던 우시장이  동장군의 기세에 쑥쑥 자라는 고드름과 무청 시레기만이 우시장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