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들의 이야기

오랜 친구같은 그들이 반가운 이유

푸른희망(이재현) 2011. 6. 14. 12:00

작일엔

35일이면 꼭 가야만 하는 그 곳엘 다녀 왔습니다.  지금까지 60여회가 넘게 같은 곳을 다니지만

처음이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긴장감과 두근대는 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가와도, 눈이 오거나, 바람 불어도  게으름을 필 수가 없는 곳 입니다.

 

35일이면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다녀와야만 합니다. 

 그간 키도 부쩍 자란 벗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정 하나 없이 단단한 시멘트 길 보다는

타닥~타닥~ 장단을 맞추어 주는 나무계단이

참 좋습니다.~

버찌

 

그토록 화려하던 벚꽃들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 

까만 옥구슬 동자들을 잉태 했습니다.

 

하얗고 여린 꽃잎이 떨어지고

연두빛 풋풋함을 보이더니

어느샌가 붉은빛의 정열의 화신 같았구나~!

 

이 세상 모든 색을 합쳐 놓은 듯 까만 옥구슬까지 그 몇개월속에서

너는 그리도 단단한 열매를 부드러운

애기속살로도 잘도 지켜내었구나~!

 

by  이 재현

 

 

벚나무엔 지금  한창  지상의 새로운 생명움틈을 위한

까만 빛깔 옥구슬들이 밤하늘의 별들의 수만큼이나 많습니다.

 

 

내 몸 구석 구석을 거센 물결처럼 굽이 굽이 돌던

붉은 생명수를 이리도 작은 병에 담았답니다. 

 아주 자그마한 아픔을 뚫고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주사바늘이

그리 싫지만은 않습니다. 

 

 제 몸의 상태를 알아내 줄 아주 작은 희생 입니다.

 

작은 이것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바늘끝은

 

오직 단 한번만을,

 

오직 한 사람만을 아프게 사랑합니다.

 

5년간 제게 부여된 "000478977" 이라는 이름보다 더 익숙한 제 병원등록숫자 입니다.

저는 으례히 제일먼저 이곳을 오게 되면 이름보다 이 번호를 먼저 내 뱉습니다.

 

"사칠팔 구칠칠 이요~!"

 

꼼짝 할 수 없는 그 공포의 노란 고무줄 입니다.

고무줄이 칭~칭~  감아지면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아니 움직이면 아픔만이 가중되지요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상책 입니다.

 

늙어 간다는 것은  식물이나 동물이나 같은 가 봅니다.

그토록 탱~탱~하던 옥구슬의 모습은 찾아 볼수가 없네요

 

화려함 뒤의 쓸쓸함은 늘 친구처럼 공존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와~ 정말 많이도 달렸습니다.

아마도 가장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셀수도 없는 무수한 열매 입니다.

 

 

 

오늘도 쿤타킨테는 35일을 버틸 수 있는

배터리를 충전하듯,  제 혈액속에는 없는 "항체" 라는 고마운 녀석들을 아주 가득 채우고 돌아 갑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고운 말이 스칩니다.

 

매년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는 벚나무처럼 오늘도 나는  "행복한 녀석" 들을  가득 채웠답니다.

그러고 보니 35일에 한번은 꼭 치뤄야 하는 의식을 치루듯이~~

또 다시 35일을 기약하면서 삶의 자리로 돌아 옵니다.

 

내년에도 별 탈없이 카멜레온처럼 변화 무쌍한  버찌들의 향연을 보고 싶습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늘 기다려 주는  오랜 친구같은 그들이 반가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