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일엔
35일이면 꼭 가야만 하는 그 곳엘 다녀 왔습니다. 지금까지 60여회가 넘게 같은 곳을 다니지만
처음이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긴장감과 두근대는 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가와도, 눈이 오거나, 바람 불어도 게으름을 필 수가 없는 곳 입니다.
35일이면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다녀와야만 합니다.
그간 키도 부쩍 자란 벗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정 하나 없이 단단한 시멘트 길 보다는
타닥~타닥~ 장단을 맞추어 주는 나무계단이
참 좋습니다.~
버찌
그토록 화려하던 벚꽃들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
까만 옥구슬 동자들을 잉태 했습니다.
하얗고 여린 꽃잎이 떨어지고
연두빛 풋풋함을 보이더니
어느샌가 붉은빛의 정열의 화신 같았구나~!
이 세상 모든 색을 합쳐 놓은 듯 까만 옥구슬까지 그 몇개월속에서
너는 그리도 단단한 열매를 부드러운
애기속살로도 잘도 지켜내었구나~!
by 이 재현
벚나무엔 지금 한창 지상의 새로운 생명움틈을 위한
까만 빛깔 옥구슬들이 밤하늘의 별들의 수만큼이나 많습니다.
내 몸 구석 구석을 거센 물결처럼 굽이 굽이 돌던
붉은 생명수를 이리도 작은 병에 담았답니다.
아주 자그마한 아픔을 뚫고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주사바늘이
그리 싫지만은 않습니다.
제 몸의 상태를 알아내 줄 아주 작은 희생 입니다.
작은 이것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바늘끝은
오직 단 한번만을,
오직 한 사람만을 아프게 사랑합니다.
5년간 제게 부여된 "000478977" 이라는 이름보다 더 익숙한 제 병원등록숫자 입니다.
저는 으례히 제일먼저 이곳을 오게 되면 이름보다 이 번호를 먼저 내 뱉습니다.
"사칠팔 구칠칠 이요~!"
꼼짝 할 수 없는 그 공포의 노란 고무줄 입니다.
고무줄이 칭~칭~ 감아지면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아니 움직이면 아픔만이 가중되지요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상책 입니다.
늙어 간다는 것은 식물이나 동물이나 같은 가 봅니다.
그토록 탱~탱~하던 옥구슬의 모습은 찾아 볼수가 없네요
화려함 뒤의 쓸쓸함은 늘 친구처럼 공존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와~ 정말 많이도 달렸습니다.
아마도 가장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셀수도 없는 무수한 열매 입니다.
오늘도 쿤타킨테는 35일을 버틸 수 있는
배터리를 충전하듯, 제 혈액속에는 없는 "항체" 라는 고마운 녀석들을 아주 가득 채우고 돌아 갑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고운 말이 스칩니다.
매년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는 벚나무처럼 오늘도 나는 "행복한 녀석" 들을 가득 채웠답니다.
그러고 보니 35일에 한번은 꼭 치뤄야 하는 의식을 치루듯이~~
또 다시 35일을 기약하면서 삶의 자리로 돌아 옵니다.
내년에도 별 탈없이 카멜레온처럼 변화 무쌍한 버찌들의 향연을 보고 싶습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늘 기다려 주는 오랜 친구같은 그들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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