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자연과 꽃

360년의 세월에 빛은 바래도 아름다운 자태는 가히 일품인 백양사 고불매를 만났습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2. 4. 12. 09:30

4월 11일은 제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우스의 바쁜 일과로 인해 오후에 마감 시간을 한시간여 남겨두고

신성한 권리행사를 하고 왔습니다.  낮은 투표율과 개표 상황을 지켜 보면서  내내 아쉬웠던 것은  역시 해결되지 않은 지역주의~!

완전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동과 서로 나뉘어진  언제나  진정코 부둥켜 안고  강강수월래을 출수 있을지... 지역을 떠나 참 정치인들이 참 공약을 실천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전 11시 30분경에  저의 페이스북 친구 인연이신  국립공원 백암산 관리사무소 자원 보전과 과장님이신 박 성배님께서 

 페북에 댓글로  "고불매가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하고 반가운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정말이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었거든요.   순간부터 제 마음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첫 사랑과의 데이트를 기다리는 남심처럼 말이지요~~ㅎㅎㅎ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의 꽃피움은 올해로 장성 10년을 살고 있지만.. 처음 봅니다. 

그래서 더욱 기다림이 간절했는지도 모릅니다.  주말이나 다음주가 되어야  만개한다는 박 과장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석양빛에 물들어 베시시 웃고 있을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러 부리나케 달려 갔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전해주신 박성배 자원보전과 과장님의

반가운 댓글 입니다.  국립공원 백양사 관리 사무소에서는 이번에 마을에

계신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무료 봉사를 계획하고 계십니다.  저희 마을도

4월 17일자로 날짜가 확정 되었답니다.   마음에 쏙~드는 봉사, 재능기부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국립공원의 자연만큼이나 순수하고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한 인연이 되어 너무나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

 

 

 

투표를 마치고 나니 오후 여섯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길을 나선다니 고마웠지요.

특히 막내 푸른별이는 아빠의 적극적인 후원자 이랍니다.  아마도 우리가 작일에 백양사를 찾은 마지막 손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입장료에 티켓팅 시간이 18시 20분으로 나와 있네요~~ 오로지 고불매를 서둘러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기에... 자동차를 쌍계루 주차장까지 데리고  갈수가 있었지요.  ㅎㅎㅎ  아내의 연분홍 잠바가  오늘 보게 될  고불매의 색감을 닮은 듯 화사합니다. 

 

오잉~!  저기  건물 사이로 보입니다.

 

지난 아픔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360년 수령의 고불매가

화사한  미소를 머금기 시작합니다.  그 오랜세월동안 붉은 빛을 발산하느라  이제는 나이가 나이니만큼... 색감이

화려하지는 않았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처럼  희어지는 삶도 그러할 진데... 무려 삼백욱십여년을 부지하고 있으니 어련 하겠습니까..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얼굴에 피어나는 검버섯처럼  칙칙한  이끼가 가지마다 에워싸고 있군요

 

여름날 푸르게 무성진  고불매를 본적은 있어도

겨울날 앙상하게  인내하며 세월을 묻고 있는 고불매는 보았어도~

오늘 이렇게 360년의 역사를 머금고 피고 있는 화사함은 첫 만남입니다.

 

 

고풍스러운 기와지붕과 너무나도 운치있게 잘 어울리는 고불매 입니다.

갓 새색시의 수줍은 미소마냥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360년의 나이를 잊은듯... 지금 이순간은 새색시 입니다.

 

가지 마다 새로움과  오랜 기다림이 공존하며

세상을 향해 활짝 웃음을 준비합니다.

 

 

그토록 모진 추위와 매서운 바람에도 의연히

세월을 버텨온 의지가 새삼 작은일에도 쉽게 무너지려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360여년 동안 피워 냈을 무수한  꽃들의 피고 짐이

360번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아주 단단히 단련이 되었을 것입니다.

 

가지 끝 아롱다롱 피려하는 오래된 새로움에

감탄으로 물드는 저녁 입니다.

 

한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아니

수만 송이 매화꽃을 피우기 위해 그 모진 세월~ 비를 맞고, 눈보라에 치이고, 매서운 바람에 부러질 듯 부러질 듯... 위태위태 하여도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한 없는 사랑의 희생과도 같이 이렇게  또 새로운 생명을 잉태 합니다.

 

한 송이 매화 꽃을 피우기 위해....

 

 

 

연분홍 빛 순수의 미소에 감탄하지 않을 이 누구이겠습니까

 

저의 세째 여식인 푸른초원이의

고불매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다시금 느낍니다.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댑니다.

아이의 웃음만큼이나 화사한 고불매에 푹~ 빠진 녀석 입니다.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합니다.

저 ~ 여기 있답니다.  아주~ 오래도록~~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님이 오시는 그날을 위해 이렇게도 예쁘게 단장을 하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고불매~

하나의 꽃이 아니라  또 한분의 부처일지도 모릅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순수함을 가르치시는 ....

 

백양사 경내에는 우리가  4월 11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뽑는 날에 마지막 손님으로

찾아간 시간 너무나도 고즈넉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꽃망울이 아름다웠을지도 모릅니다.

제 아이들도  이 순간을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할 것입니다.

 

 

세째 푸른초원이가 정성들여 쌓아 올린 희망의 9층 돌탑 입니다.

이것을 쌓아 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아빠의  고불매와의 진한 데이트에 싫증이 났는지

아내와 아이는  먼저 백양사를 나섭니다. 

 

아쉬워 뒤돌아서며  한 컷을 더 담아 봅니다.

 

백양사 사천왕문을 나서면 만나게 되는 첫 다리~ 극락교에 가로등이 훤하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기분 좋은 데이트를 하고 갑니다.  이번 주말에 다시 찾아올 때면 아마도  빛나는 햇살처럼

반겨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