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들의 이야기

어버이날에 받은 막내 딸아이의 우표도 없는 편지 한통

푸른희망(이재현) 2012. 5. 17. 06:00

 오늘은 지난 5월8일, 어버이날에 중학교 1학년인 막내 딸아이에게서 받은 편지 한장 이야기 입니다.

며칠전부터 " 아빠~ 이번 어버이날 기대하세요?" 라며 아침 등교시마다  이야기를 꺼내었지요.

"도대체 뭔데?" 하고 물으면 "그 때가 되면 아세요!" 하며 대답을 회피했었지요.

 

어버이날 당일에도 학교를 가면서 아빠 꼭 우체통 확인하세요 하며 갑니다.

 

오전에는 딸기 하우스 일로 바쁘다 보니 우체통을 볼 사이도 없었는데.. 점심 밥을 먹으려 집으로 들어서다가 문득  오전에 아이가 한 말이

생각이 나서  우체통을 보았더니...글쎄  우표도 없고, 주소도 없는 편지 한통이 있는 겁니다.

아니 ~~ 요녀석  요것 보내려고 그렇게도  종달새처럼 지저귀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답니다. 

편지봉투를 보며 피식~하고 웃음도 났었답니다.

 

" 감동 받고 울수 있으니 손수건을 준비하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아마도  어버이날을 앞두고 학교에서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했었던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아주 오래 소년시절 저 또한 그러한 기억이 어렴풋하게 납니다. 

 

빨간 우체통 속에 들어 있던  딸아이 편지 한통!

이 편지 한통을 전하기 위해 녀석은 며칠 전부터 그렇게도 마음 졸이며 조마 조마 했었나 봅니다.

 

위로 언니들이 셋이나 있지만.. 그래도 제일 애교스러운 녀석이 막내 입니다.

학교 나가는 길에 슬쩍 우체통에 넣었나 봅니다.

 

가슴에서 갑자기  울컥~하고 몽글몽글 메이는 느낌은 무엇일까요?

편지를 들며 가슴 한켠이 아리아리 해져 옵니다.

 

딸아이가 고민 고민하며 써 내려 갔을 편지 한통에 감동받는 하루 였습니다.

늘 가까이 마주하며 사는 가족이기에 막상 펜을 들고 편지를 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우표도 없고, 우편번호도 없는 아이가 직접 배달부가 되어 우체통에 넣어 놓은  부모님 전상서.....

 

편지를 꺼내 들고는... 잠시  코끝이 찡~합니다.

힘들때 ...언제나 함께 있어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충전기 같은 것이 ...가족..이랍니다.

 

과연 부모로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용기와 에너지를 넣어주던 충전기 였을까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편지 사이에  일천원짜리 지폐가 방긋하고 웃습니다. 

앞으로 많이 많이 호강시켜 주겠다는 막내 딸아이의  가녀리고 예쁜 마음에서 울컥 하고 터지던 눈물~~

 

이제 14살의 막내 딸아이가

보았던 부모의 모습은 정말 어떠했을까...하고 뒤돌아 보게 하는 글 입니다.

중학생이 되던 떨림과 불안함,  첫시험에서의 아쉬움, 엄마의 퉁퉁 부은 손과  아버지의 굳은 살 베긴 손바닥을 보면서 은혜를 느낄 수 있었다는

아이의 마음에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자꾸만 자꾸만 주루루~ 흘러 내립니다.

 

힘들때... 용기와 에너지를 채워주는 늘 함께 있어주는 것이 가족이라는데...

 

 

 

편지 내용중에  첫시험의 아쉬움에서  아버지인 제가 늘 격앙되게 야단치던

 

" 야 ! 이놈들아  맘먹고 한번 책을 씹어 먹을 정도로 열심히 해 봐!" 했더니

편지에 그대로 넣은 것을 보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었던 것인지... 내심 미안해 집니다.

 

전체학년이 150명도 되지 않고,  한 학년 전체가 50여명에 불과한  숫자에서 헤매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었거든요.

 교실이 미어 터지도록 학생수가 많던 시절에 공부하던 이야기를 꺼내며 간간이 아이들에게  큰 부담을 주었던 것인가 봅니다.

 

삶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소중할까요?

분명한것은 공부가 다는 아닐진데... 세월이 흘러 제 아이들에게도 부모세대와 똑같이 강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름답고 소중한 삶일테지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을 주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 현실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습니다.

 

어버이날이 며칠 지난 오늘~ 막내 딸아이의 예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며

올바른 부모되기위한 마음가짐을 다짐해 봅니다.

 

별아~ 아빠가 더 노력할께!  사랑한다. 아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