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들의 이야기

[까치집]벼르고 벼르던 딸기농부의 까치집 습격사건

푸른희망(이재현) 2013. 5. 15. 08:00

벼르고 벼르던 딸기농부의 까치집 습격사건


몇달 전부터 마을 도로변의 이팝나무 위 까치 집 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지난 이름 봄부터 가로수로 심어진 이팝나무 위에 까치 한쌍이 열심히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더니 제법 근사한? 주택이 지어졌었다.  가만히 지켜 보고 있노라면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백번을 날아 다니며 여러 모양의 가지들을 얼키설키 끼워 맞추어  둥지를 만드는 녀석들의 수고에 그 나무 밑을 지날때마다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오래전엔 까치가 길조라고 해서 새해 아침 까치~까치 울어대는 소리에 반가운 소식이나 손님들이 온다고 모두들 기분 좋아 했는데.. 과수농사, 밭농사 하시는 분들에게 피해를 많이 주다보니 미움을 잔뜩 받고 있지요.  


그런데 까치 부부로 보이는 녀석들이 왠 일로 그리 높지 않은 가로수 이팝 나무에 둥지를 짓고 있어서 야릇한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답니다.   "너희들~ 잘 걸렸다.~!" 내 꼭 올라가서 ...보고야 말테다! 하고 다짐을 했었지요.  참... 이런 일에 다짐까지..ㅎㅎ 소년의 호기심이 다시 발동했던 것이죠. 그래서 드디어 호시탐탐 노리던 까치집 습격을 바로 작일에 감행 했답니다.   새 둥지를 털려 오르는 구렁이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올랐습니다.  


아저씨~~ 뭐여?  왜 우리 집에 왜 온겨~!  저리 가란 말이여~~


아따 요녀석 보세요~  주먹 만한게 한 성질 합니다.




까치부부가 튼튼하게 지어 놓은 둥지!  과연 저 속이 어찌 생겼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이팝나무 꽃봉오리가 터지기 전이니 꿀벌들이 모여들기 전인 지금이 딱~ 좋은 습격일 입니다.

잘못하다간 벌들에게 된통 쏘일 수 있으니...서둘러 작전을 개시해야 할 듯 합니다.


바로 밑에서 본 까치둥지.... 쌓고 또 쌓고, 끼워 맟추고 ! 햐 놀랍습니다.

단순한 나뭇가지 쌓기와 끼워 맞추기 이지만 손도 없이 오직 부리로 나무를 가져다 날라 

이리 만들어 놓았다는 그것이 대단합니다.  지난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온갖 구조물을 장난감처럼 

부수고 달아난 볼라벤 이라는 녀석이 다시 찾아와도 끄떡 없을 구조 같습니다.


까치부부  위험을 느꼈는지 푸드득~~~ 둥지에서 놀라며 뛰쳐 나와 요란스럽게 질러 댑니다.

야~~ 너 뭐여?  

왜 행복한 우리 집에 침입하는겨?~~ 어서 내려가~~

하고 왜쳐 대는듯~~ 무척 시끄럽게 울어 댑니다.


하지만 간절하게 외쳐대는 까치부부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딸기농부의 호기심을 해결해야 합니다.

힘들게 버티며 가지 끝에 매달려 오래 버티지 못할 듯 하니 서둘러 사진을 담아야 합니다.


야~ 임마! 쪼매만 기둘려~ 

느그 새끼 안 훔쳐 간데이~~




이팝나무가 딛고 올라설 잔가지들이 없다보니 화물차를 아래 두고 올라 왔지만

오래 잡고 버티기가 무척 힘이 들더군요.  오른손은 커다란 가지를 세게 움켜쥐고

왼손으로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둥지 입구를 통해 내부를 담아 봅니다.


오~~~ 있어요~!!! 


근데.. 알은 없군요. 

하긴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으니.. 쩝

아쉽기는 하지만 애기까치 요녀석이라도 볼수 있었으니 다행^^

그것도 한마리... 외롭겠다.


햐~~ 어린 새끼 입니다. 아직 꽁지 날개가 덜 성숙된 녀석 입니다.

날개 짓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엄마아빠의 정성어린 벌레먹이가 

더 필요하겠군요.



아저씨~ 누구시여?

저리 가유~~~ 여긴 울 집 이랑께요.

둥지 입구로 고개를 살짝 내밀더니 이내 덩치 큰 딸기농부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안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미안혀다~ 원래 놀래킬려고 한건 아닌데...ㅎㅎ

느그 부모들이 너무 호들갑 이구먼~~



뭐라고 짖어 대더니.... 제 힘으로 안되겠다고 느꼈는가.. 바깥에서 어미들이 지저대는 소리에

눈길을 돌리며  엄마~  나 무서워! 이 아저씨 뭐야~? 하듯이 바깥을 응시하는군요.



애고고~~  한 손으로 버티며  사진을 찍는게 여간 어렵지 않군요.

사진도 흔들리고... 그래도 다시 또 올라오긴 어려우니 이 순간을 선명하게 남겨야지...ㅎㅎ


오호~ 이제 제대로 잡혔군요.

놀란 토끼 눈 마냥 크게 뜨고 잔뜩 겁먹은 모습입니다.

햐~ 까치둥지 보세요~ 나뭇가지 둥지속이 참 궁금했는데..


이렇게 안락한 보금자리 였군요.  

 가운데는 푹신한 담요같이 보드라운 풀, 

다른 새들의 깃털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까치 부부 난리 났습니다.  

동네 아저씨들~~  어떻게 이 딸기농부 아자씨 좀 떼어 내주시유~ 

요란스럽게  울어 댑니다. 깍~깍~~깍~~깍~

아따~ 짜슥들! 아무일 없응께 염려들 말어~~


이리 날고,

저리 날고,

전신주 위를 뱅뱅뱅~~ 맴돌며 성화 입니다.


"까치댁~ 그만 혀~ "아무일 없응께 ! 딸기농부 믿어~


"지가 사람을 어찌 믿는데유~~ 못혀유~~"


하지만 아무 소용 없더라구요.   이웃에 사는 까칠한 까치댁들 부르고 난리법석 입니다.





애기 까치야~~ 이제 그만 내려간데이~~ 잘 있그래이~

근디... 느그 엄마아빠처럼 사람들 곡식은 건들지 말그래이~ 알긌나?


참 쇠귀에 경읽기 내도 웃긴다.~~ㅋㅎ


딸기농부의 까치 집 습격사건 끝...

근데... 까치 부부 욘석들이 불법 주거침입죄로 고소하믄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