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도 간단하고 가격도 부담없는 전남 강진 사의재의 특별한 음식, 기장밥과 아욱국

 햐~ 시간 참 빨리도 갑니다.  시계만 쳐다보고 있거나, 어떤 힘든 일에 직면해 있으면 그렇게도 세월아~ 내월아~ 더디 가는게 시간인데, 무심코 잊어뿔고 있으니 어느덧 스무날이 가까와 오는군요.  지난 7월에 강진청자축제때  다녀온 전남 강진의 다산 정약용 최초 유배지인 "사의재의 동문주막" 입니다.  다산과 관련된 사의재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늦으막히 들렸던 동문주막의 소담한 아욱국 이야기 랍니다.  

 전남 강진의 여러 곳을 두루 살펴보려 용을 썼지만, 역부족 이었답니다.  한 곳에 들리게 되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풍경과 역사에 흠뻑 빠지는 제 성격탓에 하루해가 참 빨리도 넘어가더군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요. 해가 뉘엿뉘엿 서해 바다에 걸리는 시각에 들른 사의재의 동문주막! 다른 한 팀의 손님이 있었지만 이미 식사를 끝낸 분위기 였다.  아주머니~ (사실 속으로는 주~모~! 하고 외치고 싶었다) 아욱국 한 그릇 먹을 수 있어요?" 하고 건네자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 오라는 시늉을 한다. 

 가격도 5천원! 아주 적당하고, 솔직히 자못 기대도 되었다. 이름 뻑쩍찌근한 소문난 맛집도 아니어서 더욱 그러했다.  더군다나 다산의 최초 유배지 강진의 사의재에서 아주 오래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즐겨? 드셨다는 그 아욱국의 맛을  오늘 하루 거진 마지막 손님으로 맛을 볼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찌 설레는 마음과 기대가 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이곳 강진은 십여년전 목포에 거주할 때는 가끔 들렀던 곳이고, 이곳 사의재도 이번을 포함해 세~네번은 온 것 같다.  하지만 식사주문을 해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보다다 사실 딸기농부는 국물이 있는 것을 참 좋아한다. 특히 아욱국은 그것중에 하나다. 

 세~네번 다녀온 강진의 다산 정약용 선생 최초 유배지! 사 의 재[四宜齊] 이곳이 다름아닌 주막이었다고 하니 새삼스럽다.  명칭에서 풍기는 맛은 기품있는 선비의 글방같은 느낌이 들어 그런지만 알고 있었다.  이곳이 다양한 계층, 특히 서민들의 애환이 물씬 물든 왁자지껄한 주막이었다고 하니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두채의 초가집으로 구성된 주막! 그 두 채 중에 대청마루?가 있는 안채를 당시의 주모가 다산 정약용 선생에게 머무르기를 주저없이 내어 줬다는 방이다.  그 명칭이 사 의 재 라고 한다. 마땅히 지켜야 할 네가지의 덕목을 말함이라...

 사의재 [四宜齊]

생각이 마땅히 담백하지 않으면 그것을 빨리 맑게해야 하고 

외모가 마땅히 장엄하지 않으면 그것을 서둘러 단정하게 하고

언어는 마땅히 적어야 하나 그러하지 않으면 서둘러 그쳐야 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지만 그러하지 않으면 마땅히 더디게 해야 한다. 

 오호~ 차림표가 아주 간단해서 좋다.  가격도 5000원, 부담없어 참 좋다. 둘이 먹어도 만원짜리 한장이면 족하다.  그래서 강진에 살고있는 온라인의 농업인 선배를 만나기를 요청해서 흔쾌히 수락해 주시어 기분좋은 만남도 가졌다.  인심좋은 이모님처럼 후덕하게 보이시는 주모..아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손맛으로 만드신 깔끔한 반찬들이 제법 여러가지가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유배 당시에도 나이 많은 주모와 그녀의 젊은 따님이 함께 운영했다고 하는데..지금의 동문주막에도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보이는 두 분이 함께 하신다.  묘하게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가....딸기농부 마치 다산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것은 왜일까..ㅎㅎㅎ

야채를 좋아하는 나의 식성을 알기라도 하는 듯 입맛에 딱 맞게 차려냈다.  그래서 더욱 입속에 군침이 가득히 맴돌았다.  부드러운 애호박무침, 암예방의 첨병으로 떠오르는 여린 가지나물볶음, 식이섬유 풍부한 부추나물과 고구마순 데쳐 먹기좋게 무친 것, 들깻잎... 한 여름 더위 싹~ 덮을 시원한 열무김치국 한 대접!  청자고을답게 깔끔한 반찬들이 푸른빛의 도기 그릇에 아기자기하게 내여 왔다.  음식을 입에 넣기도 전에 요즘은 눈으로 먼저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이 그대로 보이는 순간이다.  주문한 음식과의 첫 대면에서 느끼는 입맛이 어찌보면 숫가락을 놓는 그 순간까지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수한 된장 풀어 걸쭉하게 끓인 보들보들한 아욱의 건더기가 참 좋다.  하얀 쌀밥에 깨알같이 박힌 노란 좁쌀들이 귀엽다.  어려서부터 혼합곡을 참 좋아했다. 여건이 된다면 좁쌀밥에 보리쌀도 조금 곁들이면 참 좋겠다 싶다.  아니면 보리쌀을 먼저 해 놓고 원하는 손님에게 내어줘도 기쁘겠다. 

 아욱국은 밥 한술 뜨고, 국 한 숟가락! 하며 감질나게 먹는 것 보다는 국 그릇에 공기밥 푸~욱 말아 떠먹는 맛이 더 좋다. 음식을 먹는 방법에도 때와 장소에 따라 약간씩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딸기농부의 지론이다.  얌전을 떨어야 하는 곳에서는 불편하더라도 얌전을 떨고, 소탈하게 먹을 수 있는 편한 곳에서는 국물도 흘리고, 후르륵~~쩝쩝 소리내어 게걸스럽게 먹어야 제 맛이다 .

 

기분좋게 저녁식사를 먹다보니 이미 땅거미가 서서히 몰려왔다.  강진의 선배 농업인과의 즐거운 대화를 잇다보니 식당 문을 닫아야하는 시간이 가까워져 오는데... 차림표에 떡~하니 메뉴로 자리한 "매생이전"을 하나 구워 내어 주신다.  부침개 재료가 딱~ 한개 지져 낼 정도의 양이 남아 기분좋은 주인아주머니의 선심이라고 하신다. 하하~ 역시 공짜는 맛있다?? 공짜라서가 아니라 멀리서 온 나그네에게 베풀어주는 인심이 참 좋다. 200여년 전, 대역죄인으로 귀향살이 내쳐져 감히 어느 누구도 함부로 다가서지 못했을 그 때  다산 정약용 선생을 진심으로 위하던 주모와 그의 딸!  아마도 허름한 차림의 다산을 위해 내어주던 음식이 이러하지 않았을까...ㅎㅎㅎ 인심좋은 주인 아주머니의 매생이전 하나에 감히 나만의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동문주막의 실내의 담벼락에는 사군자를 위시해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수 있게 하는 싯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사의재 주막

061-433-3223

전남 강진군 강진읍 동성리 4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