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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동백]동백꽃 피고지기만을 학수고대했던 3월의 강진 백련사 천연기념물 동백숲

푸른희망(이재현) 2015. 5. 27. 06:00


[백련사동백]동백꽃 피고지기만을 학수고대했던 3월의 강진 백련사 천연기념물 동백숲

나홀로 찾은 강진 백련사 천연기념물 동백 숲...동백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두 세번 돌아본 곳이지만 

정작 붉은 꽃잎 탐스럽게 피어 고운 자태 자랑하다 후드득~후드득 낙화되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의 끝자락 어느날 오후 불현듯 카메라 둘러메고 무작정 동백꽃을 보기 위해 나섰다.

얼마나 고마운가? 동백숲의 나무 나무에는 아직도 붉은 꽃잎 자랑하는 화려한 듯 수수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고,

정말로 원했던 낙화의 장관이 딸기농부의 눈 앞에 펼쳐졌으니...ㅎㅎ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되어 고즈넉한 숲속의 힐링 꽃길...백련사 동백숲

3월의 동백숲을 생각하며 


동박새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있고나야

붉은 꽃잎이 통째로 떨어진다. 땅으로 떨어져 다시하번

피어나는 동백꽃!


비자나무 몸뚱아리를 휘감으며 오르는 넝쿨의 대법함에서

느끼는 강렬함이 마음속에 용기를 불어 넣는다.


지난 가을의 낙엽을 뚫고 솟구치는 

어린 싹의 기지개도 이 맘 때면 볼만한 풍경이다. 

때를 놓치면 모두 허사...지금이 바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임을 직감하는 것이겠지..


보랏빛 앙증맞은 키작은 제비꽃들이

툭~툭 옆으로 떨어져 시들어가는 동백꽃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고개들어 올려다 보아도 볼 수 없었던 거리감에

언제나 작은 키가 야속했지만 지금 이맘때면 이토록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그 또한 행복!


미끈한 동백나무 몸뚱이를 감싸안으며

과감히 거리를 좁혀 가는 용기가 가상하다. 

운명을 탓하는 제비꽃보다 네가 더 용하구나!


봄을 재촉하는 숲속 친구들과 눈맞춤을 하다보니 

어느덧 동백숲 초입에 다다랐다. 느린 걸음으로 잘 닦여진 산길을 걷노라면

이내 엄습하는 숲속의 향기들이 피부를 뚫고 가슴팍 깊은 곳까지 베어 든다.


가지 끝 붉은 동백 꽃잎 바라볼 수록 눈동자 속으로 깊게 빨려들어 버린다.

살랑 살랑 일렁이는 봄바람에 노란빛 꽃가루를 세례식하듯 떨구어 준다.


해찰하며 걷다보니 어느 덧 동백숲의 가장 깊은 숲속에 부도탑이 보인다.

짧게는 삼백년에서 길게는 8백년까지 자란 동백나무들...이들과 그 삶을 함께 해온 

오랜 스님들의 사리를 보관한 부도탑들이 고즈넉한 동백숲속을 지키고 섰다.


그 아래 누군가 만들어 놓은 동백꽃잎 하트!

그 마저도 붉은 빛이 퇴색되어 간다. 

천년을 이어가는 사랑이 그 어디 있으랴만 

동백숲을 지나쳐간 모든 이들의 마음속 붉은 핏빛 기억으로 남아 억겁년을 이어가리라.


떨어지고,

떨어져서

그 위에 쌓이고 쌓여 

땅위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동백꽃잎!


용케도 바위 위에 내려 앉은 꽃잎들이

마치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절세미인 같구나.


지저귀는 새 소리와 

바람에 부딪히는 동백 잎의 파찰음에 

오백년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여인의 슬픈 노래소리가 실려있다. 

작든 돌탑들 조심히 세워 빌어본다.


애닮도다 애닯도다. 여인이여~

이승에서 맺지못한 인연 저승에서 어찌 맺을까나

그 소망 그 절규 한떨기 붉은 동백꽃잎으로 피어낫구나.



동백숲의 중심 부도탑의 주위 동백나무들은 커다란 혹덩어리를 달고 있다.

오래전에 잘려 나간 가지 마디에 스스로의 치유의 힘으로 두룽뭉실하게 아픔을 감싸맸나 보다.

부도탑을 세우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었을까?

거센 폭풍우에 잘려 나간  자연의 섭리였을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한 어떠한가... 그 자리에 썩어 문드러져 곪아 터지지 않고

둥글둥글 새살을 돋아내어 무뎌졌으니 그것으로 족하였네라.


모질던 사람을, 거칠게 불어대던 폭풍을 절대 미워하지 않는다.


천년의 이어 붉은 꽃잎 무덤이 스스로를 살리는 양분이 되었구나.

헛되고 헛된 것이 인간의 욕심일 뿐!

동백 숲 그 어디에도 무엇 하나 필요치 않은 것이 없구나.


그나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개울가 낮은 곳은 아직도 아름다움이 여전하다.


한 손에 올려진  동백꽃 세 잎!

아무리 감정에 메말라진 목석같은 사람이라해도 

너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이가 어디 있을까!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근 10여년을 머물러 있던 다산초당에서 숲속 오솔길을 걸어 

백련사 혜공선사를 찾아가는 길목에 위치한 

동백숲에 다다러 이토록 어어쁜 동백꽃의 자태에 어찌 발걸음이 멈춰지지 않았겠는가? 

아무리 보아도 보아도 이쁘고 이쁘다.


동백숲의 건강한 기운을 받아 걷다보면 다다르는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 전경!

신라말에 창건되고 고려명종때 원묘국사에 의해 중창되었다 한다.

백련사의 일담 스님 말씀에 의하면 백련사의 동백숲은 여러번 있었던 사찰의 화재때문에

식재되어 오늘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백련사의 대웅전, 뒤로는 만덕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강진만의 넓은 갯벌이 보이는 곳이 바로 백련사이다.


부도탑에 올려져 있는 다양한 모양의 동자승 미니피규어들이 익살스럽고 귀엽다.


백련사내의 약수 한잔으로 마음속의 때를 

깨끗하게 정화하는 느낌이다.  맑은 약수물로 

동백꽃잎 하나 뛰운 설록차 한잔을 마시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