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지역농업인탐방

쫀쫀하지 않은 부자(父子) 초보양봉농부의 완전무장하고 쫀쫀한 벌꿀 채밀 현장 스케치

푸른희망(이재현) 2016. 6. 30. 06:00



지난 6월 3일, 아침 5시에 장성군 북이면의 부자간에 양봉업을 하시는 양봉농가를 찾아 벌꿀채밀현장을 담았습니다.

올해 4월부터 꿀벌을 시작해 현재 10통 정도의 벌통을 키우고 있더군요. 딸기농부 늘 벌꿀을 채밀하는 모습들이 보고 싶어했는데

마침 몇해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께서 벌을 키우시게 되어 그 풍경을 고스란히 앵글에 담았어요. 

사실 벌에 쏘일까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한 두방 정도야...뭐~! 보약이라 여기며 방충망사옷을 입었습니다.

자그마한 시골역 앞에서 지역의 농산물 재료를 이용해 식당도 함께 운영하시는 분들인데, 식당 안쪽의 장독대 이층에

벌통을 올려 놓고 벌을 키우기 시작 했다고 합니다.  보기에도 깔끔해 보이는 나무상자벌통 입니다. 

벌통을 열기전의 상황은 무척이나 평화롭습니다. 



우와~ 벌통을 열자마자 벌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래서 벌통을 열기전에 쑥을 넣은 훈연기로 벌들을 

유순하게 해주는 연기를 분사해 줍니다. 그렇지만 귓전에서 사정없이

윙윙 거리는 벌들의 날개짓 소리는 몸을 경직되게 만들더군요. 

시골이든 도시이든 벌을 키우겠다고 하는 분들은 벌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야 하겠어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벌통 가까이 접근해 봅니다.

2층 구조의 벌통을 들여다 보니 아래칸과 구멍뚫린 판으로 분리가 되어 있네요.

작은 틈 사이로 벌들이 오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군요. 아래칸은 주로 벌새끼들을 키우는 공간,

윗칸에 꿀을 저장하는 층이라고 합니다.  벌통의 입구에는 경계병들의 '받들어 총!' 이 아니라

'받들어 엉덩이!' 꽁지부분을 45도 각도로 치켜 세우고 경계를 서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눈으로 보기에 똑같은 벌들도 그 맡은 바 업무가 분장되어 있답니다.





뚜껑을 열고 벌집을 하나씩 들어 올리면서 힘주어 벌통에 대고 털지만 그럼에도 붙어있는 녀석들은

봉솔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쓸어 내립니다. 쑥연기를 뿜었다고는 하지만 아주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녀석들이죠.

벌집의 기초판을 집어 넣어주면 밀랍을 이용해 팔각형의 벌집들을 만든다고 합니다.

손잡이가 있는 윗부분에 주로 꿀을 저장하고 아랫부분에 여왕벌이 새끼를 낳는거죠.

밀납으로 꿀과 새끼를 막아 놓은 모양이 조금 틀림을 볼 수 있습니다. 


꿀벌들이 가져다 저장해 놓은 꿀들은 수분이 많아 많은 날개짓으로 꿀의 수분을 건조시켜

어느 정도 숙성이 되면 벌들은 꿀을 넣은 입구를 밀랍으로 막아 버리기 때문에 꿀을 채밀할 때는

그 부분을 밀도를 이용해 조심히 벗겨주어야 회전채밀판에서 꿀이 잘 분리가 된다고 합니다. 

이때 꿀들이 흘러 벌통에 묻기도 하는데 이 또한 벌들이 다시 먹게 되어 아까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군요.




벽쪽에 두 통의 벌통이 초보양봉농부의 말씀에 의하면 벌의 개체수도 가장 많지만

벌통을 열었을 때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채밀하는 사람에게 달려 든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다른 벌통과는 그 양이 어마어마 하군요. 살짝 긴장도 되는 순간이었지요.





벌통에서 꺼내어진 벌집을 아드님에게 옮기면 다시한번 붙어있는 녀석들을

봉솔로 쓸어내고 회전 채밀통에 세워 넣습니다. 회전의 원심력으로 꿀들이 

빠져 나오는 원리 입니다. 



아직은 벌통들이 많지 않으므로 손으로 직접 돌리는 수동식 채밀기죠!

봉솔로 최대한 벌집판에 붙은 꿀벌들을 쓸어 내지만 끝끝내 꿀을 사수하려는? 녀석들은

꿀속에서 장엄하게 최후?를 맞기도 합니다.  꿀이 흘러 나오는 출구 아래쪽은 미세하게 그물로 만들어진

깔때기가 이중으로 설치되어 고운 입자의 벌꿀을 채밀하게 됩니다.




아침 다섯시에 시작된 잡화벌꿀 채밀작업이 두시간여에 걸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밤나무의 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하는 6월엔 밤꿀을 채취하기 위해 미리 잡화꿀을 걸러낸다고 하네요.

한말 가량의 통에 채밀된 진짜벌꿀... 회전할때 생긴 기포들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2.4kg의 유리병에 옮겨 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포들이 모두 병뚜껑 위로 모이게 되어 

투명하고 진한 잡화꿀이 되는거랍니다. 


초보양봉농부왈 "사람은 쫀쫀하면 못쓰지만 벌꿀은 쫀쫀해야 그 맛이 진하다" 라고 하시더군요.

이는 사람은 마음 씀씀이나 어떤 일에 소갈머리가 좁고 치사할만큼 인색해선 안되지만

꿀은 짜임새가 탄탄한 피륙처럼 오래 숙성되어 그 맛이 진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이제부터  "이 벌꿀 쫀쫀한가요?" 라고 물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