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들의 이야기

촌노에게서 배우는 삶의 단상

푸른희망(이재현) 2011. 10. 29. 08:05

시간 참 빠르지요~

10 .26 재,보궐선거로 떠들썩했던 2주간이 훌쩍 가버렸네요. 장성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홍보단 활동으로

황룡면 구석 구석을 돌아 다니며 마을 주민들을 밭에서, 집에서 , 들에서 , 마을 경로당에서  만나 뵙고 투표 참여 홍보지를

나누어 드렸답니다.

 

마을마다 특색과 이야기가 제게는 아주 흥미롭고, 기분좋은 만남들 이었지요.

오늘은 유독히 마음을 찡하게 하는 할머님 두 분 입니다.  가을 햇살이 정오를 넘어  으스스 불어 오는 늦바람에 떠밀리는

시각 한 마을의쉼터인 모정 앞에서  백발이 성성하신 촌노의 부추 다듬는 모습에 잠시 발길이 멈추어 섰었습니다.

 

그저 말없이 부추만 열심히 한주먹씩 쥐시고는 모난 것을 골라 내십니다.

또 한 주먹...

또...

 

할머니~ 잘 보이셔요?~

 

어두침침해서 원~~이렇게 양지에서 다듬어야 그나마..

 

 

왜람되지만  사십대인 저도  눈 앞에 것들이 어리 어리 한데...

 

할머니~ 이렇게나 많이  뭐하시려구요?

 

응~~심심허니 노인네 둘이서  부추전이나 부쳐 먹으려구~

 

할머니의 뽀골뽀골 흰 머리카락이 오래전 증조할머니를 떠오르게 합니다.

깔 고운 버선도 신으시고~

 

할머니 ~제가 올해 연세가 어찌 되는지 제가 알아 맞춰 볼까요?

.

.

83 이시죠?

 

 

에고~~그러면 좋게~~거기에 두살을 더 먹었어~ 하십니다.

 

치아가 하나도 없으셔서 움푹 깊이 안으로 함몰된 할머니의 입에서

아이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애고~ 눈도 이제 침침해서...

 

 

그래도 이 할머님은 편찮으신 곳이 없이 건강하시답니다.

피부도 아주 매끈매끈 하시더라구요~

꽃무늬 분홍빛 잠바가 아주 고우십니다.~

 

가벼운  부추나물을  왜 저리도 힘을 주어 움켜 쥐고 계실까요~

 

오랜 세월 자식들을 위해 ...

악착같이 삶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제 짧은 생각에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 독하게 부여 잡은 인내가 없었다면.....

 

한 개

한 개~

정성으로 

삶을 그래 왔듯이 그렇게 다듬으십니다.

 

옆에 계시는  흰 생머리??를 가지런히 빗질로 넘기신

친구 할머니~ 더 연세가 드신줄 알았는데...

동갑네기 친구라십니다.~

 

 

하얀 스카프가  참 잘 어울리시지요~~

쪼그리고 앉아 계셔서

 

 

할머니 무릎 아프시잖아요?

자리에 두꺼운 종이를 깔아 드렸더니 (사실은 선거 홍보 포스터예요~ㅎㅎ)

 

 

이제야 편안히 앉아 연실 부추를 고르시네요~

근데  울 할머니~ 버선도 없이 맨발로 ~~

 

문득 생각이 나는 글귀 입니다.

노인 한 분이 죽으면 커다란 도서관 하나씩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살아 오시면서 경험하고, 체득하신 많은 것들이  보존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많은 경험과 지혜~ 천금만금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경험의 지혜말이다.

오랜 삶을 걸어 오시면서 세상을 관망할 수 있는 지혜의 창고가 사라지는 것과 다를게 없다....

 

내년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두 분 할머님을 뵈올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할머니~~

부추전 맛나게 만들어 드셨나요?~~~네~~~~?

 

할머니의 주름 가득한 손으로 만드신 부추전이 먹고 싶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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