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들의 이야기

땔감 잘라 보니.. 팬더곰이여, 외계인이여! 너희들 거기 왜 들어 있니?

푸른희망(이재현) 2011. 12. 19. 08:30

 오늘은 며칠전 나무를 썰다가

참 재밌는 모습에 웃음보가 터졌답니다.  왜 나무를 써냐구요?  ㅎㅎ 

 

2009년 12월 집을 지을때  난방을 화목 보일러를 설치 했었거든요.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늘 땔감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기름보일러가 아쉽지만... 여기 저기서 폐목, 야산 등에서 시간 나는대로 땔감을 주워 모아야 합니다.

 

중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방학이면 으례히  제 고향 충청도를  내려 갔지요. 아마도 그때는  고향 친구들이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도시의 아이들보다는  더 정이 많이 갔답니다.  아침을 먹고나면  삼촌께서는 지게에다  낫, 도끼, 커다란 톱 을 얹고 큰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답니다. 

 

가까운 산이 아닌 그래도 제법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산의 중턱 그 이상을 넘어  나무를 했었지요.

솔잎이 무성한 솔가지를 썰매처럼 엮어서  그 위에  통나무들을 올리고   아래로 내려왔던 힘들었어도

  그 나이에 너무도 재미 있었던 추억이지요.

 

집에 오기까지 몇번이고 쉬어야 했습니다.  무게가 거의 3~40키로가 넘는 통나무들을  여러개 지고 와야 하니 말이지요.

이러한 일을 겨울이면 거의 매일 반복을 해야 합니다.  그 시절엔 정말 농한기라는 것이 있어서  지금처럼 하우스, 온실등의

 시설재배가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집에 다다르면  이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나무 썰기,  장작패기로 들어 갔습니다.  아마도 그 시절 집집마다  

쓱싹~쓱싹  톱질하는 소리와 도끼로 장작 패는 소리가  마치 일정한 박자처럼  들려 왔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서 아주 오랜 추억을 더듬 거린답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왜 그리도  서울을 가기가 싫었던지.....

 

어라~??

근데... 요녀석들  마치 뭘 닮지 않았나요? 

제 눈엔  팬더 곰 같기도 하구,  외계인 같기도 하구~~~ 여러분은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요렇고롬  바라보니  귀도 달린 팬더곰이 역력하지요~

눈, 코, 입, 귀  모두 다 있습니다.

 

황룡장날  마음 먹고  제일 큰 톱으로 장만을 했습니다.

사실 엔진톱이라는 자동 톱이 있는데.. 요눔이 시동이 걸리질 않아요~~

땔감은 당장 급하고,  수리비는 많이 나오구.... 어쩝니까?   힘으로라도  잘라야지요~~

 

엔진톱으로 귀청떨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자를 때는

톱밥이 큼직하고, 거칠게  떨어지는데,,  일반 손 톱으로 자를 때는 톱밥이 이리도 가늘답니다.

물만 넣고 비비면 바로 톱밥죽이 될 정도로 부드럽지요.    전 이런 톱밥이 아주아주 좋아요.

 

나무 하나 베려면  대여섯배로 더 힘이 들지만... 정성만큼  정말 보들보들 하답니다.   톱밥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슬금 슬금 톱질하면서  세상을 ,  살아온 여름날을 뒤돌아 보는 것도 참 여유 롭답니다.

 

와우~~

드디어 하나 잘랐습니다.  영차 영차  톱질 하기를  200~300회~

두동강이가 났어요~  그런데  이녀석 나이가 제법 들었군요.

서른살이 가까워 오는 녀석 입니다.  애잔한 마음도 드는게... 에궁  푸른 희망이 참 마음 여립니다. 

 

 

껍질속을 들여다 봅니다.

생나무 껍질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마른 나무 껍질에는  그 종류를 알수 없는 애벌레들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아휴~깜딱이야~~! 

 

아저씨  저희들 알몸이라  추워요~~  이불 덮어주세요^^

 

하듯  꼼지락 꼼지락 거립니다. 

 

단백질 덩어리라는데....음음~~~ 그냥 낼름 한 입에 털어 넣을까요?~~ㅎㅎ

 

그래도 제법 잘랐습니다.

햇빛을 받아 하얀 속살이 더 하얗게 보이네요~

그런데... 그 크기가  딱~ 엉덩이 앉을만한 크기 입니다. 

 

요걸 장작으로 패기가 참 아깝네요.   원목 의자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반짝하고 듭니다.

수분이 마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금이 갈라지지만  스스로 쪼개지진 않습니다.

쉬어갈 수 있는 의자~!

 

또 하나 나무를 잘랐더니... 어라?

마치 눈, 코, 입의 사람 형상을 한 녀석들이 짠~~하고 나타나듯이 보입니다.

 

이리 보면 팬더곰 같고~

 

또 어찌 보면 영화에서 흔히 보던 외계인 같기도 하구~

 

그렇다면 나무속에서 잠자고 있다가  ~

제 톱질 소리에 깨어 난 걸까요?~~네?

 

바로 이 부분은 가지가 뻗어 나온 자리의 단면 입니다.  나무의 중간에  새 가지가

자라는  근본 이치는 잘 모르지만  참 신기하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작은 가지 욘석도 또 다른 나이테를 가지고 몸집을 불려 나가더라구요.  우리는 보통  이 부분을  옹이 라고 하지요.

아주 단단해서 톱질도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장작 팰때도  이 부분이 젤루 힘빠져요~

옹이가 연출하는  신기한 모양에  재미난 시간을 가져 봅니다.

 

잘려진 나무의 속을 보면서

마치 우리네 손가락의 지문을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반가이 제 블로그를 찾아와 주시는 모든 이웃님들께

늘 감사 드리면서  이제 다섯살에서 여섯살로  넘어 가는 초보 농군의  좌충우돌, 비빔밥 같이 농사지며, 여행하며, 이웃들과  부대끼는

이야기는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쭈~~욱 계속 됩니다.  

 

신묘년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을씨년 스럽기도 하지만

임진년 용의 해의 새로운 희망과 열정들이 가득하고 두툼한 새 달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물어 가는 토끼해  잘 마무리들 하시고,  건강하시게  새 해를 맞았으면 합니다. 

우연히  나무를 자르다  제가 팬더곰과  외계인을 만나는 것처럼 ...

 

우리 네 삶에서  행복한 인연이  참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