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농사소식

배추는 소금을 만나야 비로소 김치로의 변신이 시작됩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1. 12. 3. 06:00

배추야~ 이제 김치로  다시  맛있게 만나자~

 

90일정도  땅위에서 살갗이 타들어가는 듯한 불볕 더위 가뭄에도~

벌레들의 쉴틈 없는 무차별 침공에도~

동장군 사촌쯤 되는 된서리의  시퍼런 칼날에도~

굳건히 너의 자리를 지켜주어 너무나 고맙단다.

 

비록 배추 값이 호떡 두개 값만도 못해도 너는 여전히 우리 식탁에선 없어선 아니 될 당당한 대한의 김치란다~!

 

작은 씨앗들을 애지중지 발아시켜 키워온 배추를 수확했습니다. 

이때는 남자보다 여자의 역할이 참 많습니다.

저는 그저  조수역할을 충실할 뿐....  주워 담고, 수레끌고,  허드렛일..

 

인천의 여동생에게서 들어온 주문을 맞추어 주기 위해 아내가  소금물로 씻어 놓은 배추에 소금을 듬뿍 듬뿍 뿌립니다.

 

리더인 아내가  잘라 놓은 배추를

열심히 주워다  수레에 싣고 나르기를 반복합니다.

 

비가 내린 뒤의 좁은 밭둑을 끌고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입니다. 

아주 허리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정말이랑께요.

엄살 아닌데...ㅠㅠ

 

 

제 딸기하우스에서

달콤한 두 놈을 따와서는

마눌님 하나 묵고,

또 하나는 제가 묵고~

 

미운 오리새끼들도 있지만..

제법 앙증맞은 것들이 잘 자라 주었답니다. 

 

겨울에 왠 반팔?

여보 가격이 좋지 않다고 열받지 마소~~

무시 무시한 칼 들고 있는 아내에게 말 붙이기가 쉽지 않습니다.~~ㅎㅎ

쪼개고~

또 쪼개고~

손놀림이 점점 능숙 해집니다.

 

이제 아예 철퍼덕 눌러 앉습니다.

이때 아내가 던지는 날카로운 한마디.....

 

찍지마~~~잉!

 

서슬이 시퍼렇습니다.

 

소금물에 일차로 씻어 줍니다.

 

차곡차곡  반틈으로 쪼개진 배추들을 포개면서

소금을 뿌리고 쌓고,  뿌리고 , 쌓고~~

역시 아내는  리더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함지박을 올리고 그 속에 물을 채워 무겁게 눌러 주어야 한다네요~~

시키는대로 해야지요.

배추 절이는대는 창의성이 필요치 않습니다.

군말없이 시키는대로 따르면 탈이 없습니다.

주부 20년차로  베테랑 타이틀을 거머쥘 날이 머지 않았으니까요~

 

다음날~

적당히 흐물 흐물 해진 배추들이 안스럽지만...

어쩝니까.  그리 되도록 각본이 짜여진 놈이니까요~

지하수로  헹구어내어서는

 

 

대나무 평상 위에 가지런히 쌓습니다.

 

짠~

삐까번쩍  비닐 때때옷을 입히고 

다시한번 육중한 무게로 눌러 최대한 물을 빼어 주어야 합니다.

 

오후 늦게

황룡 장터에서  택배 발송할 수 있도록  탄탄한 박스와  두꺼운 비닐봉지를 사가지고 와서

담아 보냈답니다.  촉박한 시간과 어둠은 밀려오고  포장작업은 혼자 하기에  사진을 담지는 못했답니다.

 

동생녀석에게 아이들 머리만한 무 열댓개와  자연산 갓을 별도의 박스로 포장을 해서 보냈지요.

 

오빠~!  배추 보냈어?

 귀신입니다.  어찌 알고~~ 때 맞추어 전화가 울립니다.

 

얼마 보낼까?~

느그 올케랑 얘기해~~ 일언지하에 바톤을 넘깁니다.  아내에게..

 

배추가격이 금값은 아니어도  실망스런 가격만 아니었어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을 것을 ...

내년에 또 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