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농사소식

30분만에 사라져 버린 한 여름날의 푸른 배추들의 꿈들~

푸른희망(이재현) 2011. 12. 9. 06:00

 

12월 7일

농작물을 심으려 땅을 갈던 기계가 오늘은 무시 무시한 배추들의 저승사자가 되어 돌아 왔습니다.

지난 8월  아주 자그만한 씨앗들을 파종하여 애지중지 싹을 틔웠던 어린 배추, 9월에 밭으로 옮겨 심은지 90여일,

제법 속이 꽉~차게 토실토실 몸집을 불리던 녀석들인데.....

 

트랙터의 굉음과 함께  커다란 덩치의 위용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거침없이 배추밭을 종횡무진 합니다.

마음속에 배추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합니다.

 

푸른희망 아찌~~ 안녕.... 안~~녕.... 이라고 외치는 듯 합니다.

 

지켜보는 내내 착잡한 마음이 잔뜩 지푸린 하늘위의 구름처럼 온통 지상으로 땅거미지듯이 내려 앉습니다.

행복한 기다림으로 자식 돌보듯  푸르게 자라는 녀석들을 보면서 대견하고, 기특해 했는데...

 

그래~!  배추들아. 

너희들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거름으로 나눔을 하고 있는 것이란다.  부디...

물을 주며 행복함으로 설레였고,

벌레 잡으며 신이 났었지..

잘 자라주어서 고마웠다~! 비록...

 

관련 기관 공무원들이 다녀 갑니다.

 

소인국을 점령하는 거인처럼 그렇게 ~~휩쓸고 지나 갑니다.

 

배추의 생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라져야만 하는 ~

 

 

다시는 이런 사태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갈갈이 찢어져 흐트러지는 배추들을 보면서

말을 잊습니다.

 

오늘은 농기계가 아니라

배추들의 저승사자 입니다.

 

 

300여평의 배추밭이 초토화 됩니다.

 

뜨거운 여름날~

한방울의 물을 얻기위해 몸부림치던 그때가 주마등 같습니다.

 

기세도 등등하게 저승사자는

인정사정없이 배추들을 뭉개버립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요?

 

농사에서 과연 어디에 희망을 두어야 하는 걸까요?

 

덩그러니 비어가는 배추밭에 잔혹한 12월을 아로 새깁니다.

 

30여분만에  초토화되어 끝나 버린

나의 푸른 배추밭입니다.

 

 

 

 

배추를 심은지 2개월여가 다 되어갈 즈음

농협의 직원이 작은 카메라를 들고 배추밭에 왔었지요.

농협과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제 아내가~

 

수확시기에 배추의 시장가격이 1000원 이하를 밑돌때는 산지폐기하고 갈아 엎고 300평(10a)당 600,000원을 보상 한답니다.

말 그대로 과잉 공급을 막기위한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의 일환이었던 것이지요.

농협에서 수매를 하여 판매하는 형태가 아닌 폐기처분 하는 것이었지요.

 

그러면서도  설마~ 배추가격이 안좋을라고 하면서  웃었답니다.

이미 수확전부터 헐값으로 떨어지는 배추가격은 설왕설래  전해지고 있었던 시기 였지만서도.. 설마 설마 했었답니다.

 

농사가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