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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의 연세에도 예쁜 밀짚모자 쓰시고 직접 참깨밭을 일구시는 주인 할머니

푸른희망(이재현) 2012. 5. 18. 06:00

4월말이면 제가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딸기하우스 지어진 토지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날이랍니다.

이번에는 여러날을 지나서  주인 할머니께 갖다 드렸지요.  할머니 집 앞을  지나면서 보게되면 보통 마루에 잘 걸터 앉아 계시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날이 좋아서인지 집 앞 텃밭에서 참깨를 심고 계시는 할머니를 발견했어요.

 

할머니~ 하고 마치 손자처럼 달려 갑니다.  삼십여년전 돌아가신 증조할머니와 너무도 닮으신 듯 합니다.

올해도 벌써 3년째 뵙습니다.  90세 처음 뵈었으니 올해가 93세가 되십니다. 그래도 정정하게  밭일도 하신답니다.

 

그런데...할머니의 시력이 많이 떨어지셨나 봅니다.

"할머니~ 저 아시겠어요?" 여러번 여쭈어도  " 누구신가?" 하고 몇번을 되묻습니다.

가까이서  "아니 할머니~ 할머니 밭에서 딸기 농사짓는 사람이라구요~" 하고 몇번을 말씀 드리자 그제야

아~ 하고 간단히 대답을 하십니다.   매년 기력이 점점 쇠약해지시나 봅니다.

"어째  올해도 딸기 잘 팔았어?" 하고 물으십니다. 

 

지난달 4월에도 마을 회관까지 직접 오셔서 국립공원 백암산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장수사진 행사에도 참석하실 정도로 정정하셨거든요.

해마다 뵐때마다  고구마며, 사탕이며 꺼내 오시며  손자처럼 대해주시던 할머니 셨답니다.

큰 일이 없이 딸기농사 짓는 동안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딸기 많이 팔아서  제가 할머니 땅 살께요?" 다른 사람한테 팔지말고 저한테 파셔야 되요?" 하고 여쭈면

땅은 한번 팔면 다시 살수 없으니 안 팔아~!  하십니다.

"하늘나라 가실 때 가져 가시지 못하니 저한테 꼭~ 팔고 가셔야 되요 " 하면서 할머니와 함께 웃습니다.

 

할머니께 " 저기 깨 심을 구멍에 꼿은 것은 뭐예요?" 하고 여쭈니

"에궁~ 기억력이 떨어져서  심은 자리 표시할려구 꼿아 놓은 거야" 하십니다.

할머니만의  자리 기억하는 방법 이신가 봅니다.

 

밭가로 나오시는 할머니의 허리가 완전 꼬부랑 할머니 십니다.

 

할머니의 오랜 세월 함께한 밀짚모자 인가 봅니다.

낡고 헤지고, 먼지가득해도  따가운 늦봄의 햇살을 막아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허리춤에 깊이 차두었던 할머니만의 보관 주머니에

돈을 단단히 동여메어 집어 넣으십니다.  주머니라기 보다는 허리띠로 쓰이는 길다란 스카프 끝을 펼쳐서

접고 또 접어서 조여 매는 것이 답니다.   옆 마을에 할머님의 며느님이 살고 계십니다.  아마도 오늘 저녁엔 며느님 집에 가실 겝니다.

 

 

"이봐~ 딸기 잘 해서  돈 많이 벌어~" 

"한번 가보려 해도  걸어가기가 힘이 들어서 ...원" 

"그래도 이렇게라도 움직여야 덜 아퍼" 하십니다.

 

이 연세에도 틀니도 하지 않으시고 음식도 잘 드신다고 하시는데...  확실히 처음 뵙던 때 보다는 많이 약해지셨네요

 

제가 떠날때까지

마치 손자 배웅이라도 하듯이 할머니는 손을 흔들어 주시며 그렇게 오래 참깨밭 고랑에 앉아 계셨답니다.

할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