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장성구석구석

장성 황룡 장터엔 언제나 즐거운 노래가 흐르는 튀밥집이 있습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2. 6. 27. 06:00

전남 장성군 황룡면의 황룡장터에 가면  "노래하는 튀밥" 가게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노래는 할아버지의 인생이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올해 75세의 김 성기 할아버지 이십니다. 

이 연세에도 노래면 노래, 뻥튀기에, 각종 동력모터 수리까지 만능이신 할아버지 십니다.  황룡장날은 꼭 가게문을 여시구요.

 평일에는 즐겨하시는 등산으로 간혹 문이 닫혀 있을 때가 있으므로 반드시 전화를 주시라는 당부말씀까지 하십니다.

고객들이  헛걸음 하시는 것에 대한 마음 씀씀이 이신 거지요~

 

한달이면 무려 15회 이상을 등산을 다니실 정도로 건강하시며, 등산 매니아 십니다.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하시면서

인터뷰 내내 할아버님만의 춤사위와 노래가락을 흥얼 거리시더군요.~

 

할아버지~ 왜 그렇게 노래가 좋으셔요?  하고 여쭙니다.

군대생활 할때  산토끼 노래 때문이여~! 라고 하시는데...예? 산토끼요?

 

오래전 군생활 하실때 고참들이 산토끼 노래를 부르라고 했었는데.. 노래 가사를 몰라 부르질 못해 소위 빠따를 맞고나서부터

노래에 한이 맺혀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하루라도 넘기기 어렵다고 하십니다. 

 

저기~~ 튀밥  입간판 옆에 조그마한 손수제작하신 전축 보이시나요?~~ 바로 할아버지의 애장품 이랍니다

가게를 열면서 저녁 문 닫으실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음악기계 랍니다.~ 할아버지의 생음악에 늘 장단을 맞추어 주는~~^^*

 

검정콩, 옥수수, 떡국 떡, 메주콩~~ 깡통에 담겨져 순서를 기다립니다.

메모지에 누구~ 누구~하고 이름들이 적혀져 있는 모습에 정감이 갑니다.

한깡통에 4,000원!  사천원 이랍니다~~

 

일하시면서 중절모는 항상 착용을 하십니다.

중간 중간 쉬엄쉬엄 하시며 고단한 삶에 춤과 노래만큼 좋은게 없다고 하십니다.

내 나이가 저물어 가는 석양 갔지만.. 그래도 100년을 살려면 한참이나 더 남으셨다고 하시며

즐겁게 나머지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군요~~

 

 

당신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우십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  기계 수리는 군에 있을 때 배우셨어요?~

그런게 아니고.. 먹고 살려면  어깨 너머로도 다 배우게 되어 있는거야~! 하십니다. 

자격증은 없으시지만 이미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모터 수리 전문가로 자자 하시지요. 

 

수리를 마치시고 물을 넣고 동력 분무기 수리를 시원하게  끝내셨답니다.~~

뻥튀기시랴~~ 기계 수리 하시랴~ 노래와 춤 추시랴~~ 항상 즐겁게 바쁘신 할아버지 십니다.^^

 

자세히 좀 볼까요?

 

연두빛 프라스틱 통을 이용해서  할아버지만의 멋진 음악출력 장치 입니다.

할아버지의 손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발명품 이지요.

 

헤헤~ 요건?

노래를 느리게~ 빠르게 조절하는 Tuner 입니다.

 

그럼 ...이건?

스피커 랍니다.

자석안의 울리막이 움찔움찔~ 신나게 노래가 흘러 나오더라구요^^

 

요렇게 멜빵도 만들어 놓으시고~~

등산을 가실 때마다  할아버지만의 노래기계장치를 짊어지고 다니신다네요^^

햐~~대단하시지요.

 

완전 할아버지만의 독특한 작품 입니다.

 

할아버지~!?  내부가 궁금해요!  열어봐도 되지요?  했더니

별거 없어.. 하시며  궁금하면 열어 봐야지~~하십니다. 

햐~~^^* 

카스테리오를 장착하시고  좋아하시는 노래 테잎과  작은 배터리 한개!  멋지십니다.

 

 

 

그 사이에  뻥튀기 순서를 기다리시던 할머니

한 보따리 튀밥을 싸가지고  가시는군요.~

시골 할머님들이 인스턴트 과자보다도 요렇게 강냉이며, 쌀튀밥이며, 누룽지 튀밥을 튀겨

평소에 즐겨 드신다고 합니다.~~

 

일하시면서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기다리시는 손님들과

정을 나누 십니다.  술 한잔에 고단하신 삶을 녹여 맛나게 드십니다. 

 

할아버지의 삶이 바로 노래요, 흥겨운 춤, 자체이십니다.

젊은 아이돌 그룹의 현란한 춤 솜씨는 아니어도...

켜켜이 할아버지의 인생이 송두리째 녹아 있는 그런 춤사위 입니다.

 

뻥튀기를 튀기시다가.. 보여줄게 있다시며 자물쇠 채워진 옆 방문을 따시더니...

작은 음악실??을 보여 주시며,  흥겨운 노래 한소절을 제대로 불러 보이십니다. 

할아버지의 애창곡은 "고장난 벽시계" 랍니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보지 않느냐~~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그런데... 왜 자꾸 오늘은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날까요?......

 

커다란 도화지에 노래 제목을 빼곡히 적어 놓으시고

노래 하나에 사랑과

노래 하나에 인생과

노래 하나에 슬픔을 묻고 살아 오셨나 봅니다.

 

어이쿠~~ 노래를 부르시다가도  뻥튀는 시간이 되면 정확하게 맞추십니다.

20년을 뻥튀기를 튀겨 오셨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튀기셨어요? 하고 여쭙자..

 

허허 그걸 어찌 셀수 있나!  많이 오면 많고, 적게 오면 적은 것이지...

하하~ 그렇네요 할아버지.. 그런걸 여쭤본 제가 어리석지요. 

 

옆에 계신 아주머님이  부인이신줄 알았더니 아니시라네요~ 장날마다 도와 주시는 아주머니 랍니다.

사모님께서는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지병과 관절 골다공증으로 거동이 불편하셔서 여러 병원을 다니시다가

지금은 방에 누워만 계시답니다.

 

그리고는 한 마디 하십니다.~    있을 때 잘해!  정말이여~~

 

 

이번엔 잠시 쉬시면서  만지시는 물건입니다.

 

이게 바로 나만의 청진기야!

 

기계를 수리하실때 사용하는 테스터기 입니다. 

할아버지께는 기계의 아픈 속을 시원하게 찾아내는 청진기와도 같은 것이지요.

 

노래하는 할아버지의 튀밥 가게 앞의 담벼락에  고운 자태를 뽐내는 석류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언제나 청춘일 수 없습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속에 한결같은 것이 있습니다.

 

"열정을 다해 지금 최선을 다하라" 라고...

 

 

꽃의 화려함은 사치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 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즐겁게 노래하는 튀밥 가게의 할아버지에게서 삶의 열정을 배웁니다.  

 

  뻥이요~~~~

 

 

오늘은 노릇노릇 잘 말린 누룽지 한봉지 들고 황룡장 노래하는 튀밥집으로  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