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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구두가 생각나는 제화점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담아온 추석을 하루 앞둔 장성 황룡장풍경

푸른희망(이재현) 2012. 10. 1. 11:00


추석이 진짜 코 앞이다. 9월의 달력 끄터리에 걸려 있는 2012년의 추석! 벌써 47해의 보름달을 맞이한다.  이맘때면 시끌시끌한 장터가 그립다.  주머니가 넉넉하진 않아도 여기저기 흥정하는 사람 소리가 정겹다.  넓지 않은 장성 황룡장터 한 바퀴를 돌고도 다시 또 돌아보기를 여러차례다.  추석을 하루 앞둔 장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미처 제수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음식 준비하다 부족한 것들을 사려고 나온 사람들인가 보다. 장터가 예전처럼 흥겨움은 많이 사라졌다.  세월이 그만큼 흐르고 시장의 변화가 시위 떠난 화살처럼 무척이나 빠르게 변화한 탓도 있겠다.  손자손녀 손을 잡고 장을 보던 어르신 세대가 저물어 가고 있는 것도 그 이유가 되겠다.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마트라는  유통구조의 편리함이 젊은 세대들을 유혹하는 것도 무시못한다.  


그래도 아직 나는 좌판에서 도라지 까고, 열무 다듬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묻은 그리움이 참 좋다.


황룡장터에 딱 하나 있는  제화점 앞에 새 주인을 기다리는 구두가 정겹다.  오래전 항상 앞쪽만 닳아 늘 가죽을 덧대어 신으시던 아버지의 새것 같은 낡은 구두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평생 구두 한 두켤레가 전부셨다.  아버지의 또 다른 신발은 목발에 끼워진 연갈색의 고무! 평생 구두는 한 두켤레 였지만... 목발에 끼워진 고무는 수시로 갈아 주어야 했다.  아버지의 구두는 그렇게 소년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다...


동지도 아닌데.. 왠 팥죽?

장옥 한칸을 얻어 건고추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들의 점심시간 인가 보다.   "어이~ 00댁! 어서와  팥죽 다 식어부러~!" 

식탁도 필요없다. 고추 담아있던 상자 뒤집어 놓고  그 위에 둥그런 오봉 그대로 놓고 여럿이 둘러 앉아 허기를 달랜다. 



장옥 저편 굴비파는 거리에 막 식사를 끝낸 듯! 아주머님들 손님을 맞으러 간다.

걸려 있는 굴비만이라도 다 팔았으면 좋으련만..


주인 아주머니 식사라도 맛나게 드시라고 발발이 요녀석  곡물가게를 지키고 있다.

신통방통한 녀석이다.


근디...어찌 녀석이 쪼까..

얌마~~ 너 졸고 있니?

그라믄 안된데이~~ 그나저나 계산은 어찌 할꼬?


눈을 감았다, 떳다. 이런 이런~~

아예 엉덩이를 바닥에 착 붙이고 자세가  손님맞을 자세가 아닌 갑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이번엔 억지로 졸린 눈을 말똥 말똥 부라리며 쳐다 본다.

그래~ 짜샤?~~ 그렇게  부릅뜨고 아주머니 오실 때 까지 지켜야 한단다.


장옥 한켠에 화투만 덜렁하니.. 아저씨들 어데로 가셨나? 파출소에?~~ㅎㅎ

때가 때이니 만큼 놀음도 식후경!

심심풀이 고스톱,  점에 10원??  에게 고걸로 막걸리 값이나 나오려나!


곡물가게 아주머니 35년을 이곳에서 장사 하신다 한다.

변함없이 흐르는게 세월, 쌀팔아, 콩 팔아 자식들 모두 다 키워냈다는 아주머니 말씀이 왠지 콕콕 아려온다.

이제는 예전처럼 장날에 북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문을 여는 이유는 변함없이 찾아와 주는 단골들 때문이라는데..

일부러 사진을 담으라시며 1홉짜리, 반되짜리, 한되짜리 용기에 콩을 담아 이렇게 진열해 주신다.  앞으로 십수년이 지나면 장터를 지키시는 토박이 장사치들은 과연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도 황룡장터 장옥 안은 썰렁하다.

대목장날이어도 문을 굳게 내린 곳들이 즐비하다.  가게는 얻어 놓았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이 없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황룡장터 장옥이 시끌벅적하게 만들 좋은 묘안은 없는것인가?  일회성의 행사나 제도 보다는 지속적으로 장터 분위기를 살려줄 그 무엇이 필요한데... 참 어렵다.  한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씀 하신다.  " 강제적으로라도 장옥을 임대한 사람들은 장사를 하게 해야 한다고... " 시장이라는 것이 어울렁 더울렁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왁자지껄 거려야 


삼십년째 한 곳에서 젓갈을 파시는 장씨 아저씨

그 젓갈엔 연륜이 고스란히 베어 있어 단골도 꽤나 있다. 


추석엔 역시 햇밤이 잘 어울린다.

담아진 것 그 이상으로 덤이 많이 올라간다.


이맘때 쯤이면 알이 통통하니 잘 익은 알타리무 김치 담그면 그 맛이 최고일게다.


요즘 보기 드문 수수빗자루!

할아버지 살아 계실 때는 추수가 끝나고 툇마루에서 직접 만드시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수수빗자루는 친환경 무공해 순수 그 자체 였다. 그 끝이 닳아 짜리몽땅 해지면 아궁이 옆에 빗자루로 그 생을 이어가다 

불쏘시개로 마감하는 수수빗자루  한껏 그리움에 발길이 머문다.


오늘 한켤레라도 팔렸으면 좋겠다.

삐까뻔쩍한 진열대보다 헌 박스위에 올려진 구두들이 왠지 더 정겹다.


황룡대교 고가 밑에 자리한 꽃게를 파는 상인이다.  넓게 톱밥을 펼쳐놓고 싱싱한 꽃게들이 수북하다.


햐~ 고녀석들  양 집게발을 날카롭게 세우고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한상자를 구매한 아저씨 박스를 쏟아 붓더니 일일이 한 마리씩 주워 담는다.  

그것도 맨손으로 잡는데도 요령이 있다.  뒤쪽에서 잽싸게 낚아채야 물리지 않는다. 햐~ 아저씨 많이 해본 솜씨다.





끝까지 도망치던 녀석! 이제 한마리 남았다.


이를 지켜보던 아내도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한 상자를 들어버린다.

역시 아내는 손이 크다.  오늘 조상님들 덕분에 꽃게찜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겠다.

근데...이거 진짜  서해 꽃게가 맞는겨??




집게 발로 완강히 버티는 녀석!  아내가 이길까? 꽃게가 이길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