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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축령산 편백 치유의 숲에서 즐기는 아내와의 오붓한 숲속 데이트

푸른희망(이재현) 2012. 10. 9. 06:00

아내와 함께 했던 치유의 숲 축령산 산행길에서 


지난 10월4일, 모처럼의 아내와 함께 가까이에 있는 축령산 편백숲길을 거닐다 왔습니다.  처녀시절에는 등산을 참 좋아했었지만, 바쁘게 아내로, 아이들 엄마로, 며느리로 살다보니 여유로운 시간들을 내기가 참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내의 나이 스물 세살에 만나 큰 녀석이 스물 한살이니 제법 세월이 흘렀다. 곱던 얼굴이 많이도 상했다. 처녀시절 당당하고, 패기발랄한 모습이 많이 시무룩 해졌다.  흘러 가버린 시간들...어찌 되돌릴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걸음의 한 템포를 늦추면서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자 한다.  


늘 피곤에 과중해서 잠이 부족한 아내를 흔들어 깨워 " 영숙씨~ 오랜만에 축령산 올라 갔다 올까?" 하고 물었더니 처음엔 시큰둥 하더니 주섬 주섬 등산 채비를 한다. 늘 분신처럼 휴대하는 카메라를 둘러메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가볍게 산보 하듯이 여러분께서도 저희 부부와 함께 건강한 숲길을 걸어 보시지요~~


장성 축령산 편백숲 모암 휴게소에 다다르기 전에 나오는 옛길로 접어 들어 편백숲속으로 들어오는 고운 가을햇살아래 지긋이 편백을 끌어안고 미소짓는 아내를 담았습니다. 항상 가까이 있지만 과연 나는 아내에게 마음의 거리를 너무나도 멀리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새삼  미안함이 다가 옵니다.   



축령산 모암 저수지 위쪽 산소축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3 키로정도의 산소숲길을 걸어가기로 합니다. 

어느샌가 나무 지팡이를 집어 들고 걸음을 재촉하는 아내 입니다.  이 구간은  백여미터 편백톱밥이 깔려 있어 깊은산속 부엽토 길을 걷듯 푹신 합니다.


산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친구들을 보면서 두리번 두리번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걸어 갑니다.


졸졸졸~ 완만한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무척 청아하게 들립니다.

이맘때면 어린시절 산중턱 도랑가에서 가재를 잡던 추억이 문득 떠올라 아내에게  가재를 잡아주마 하고 내려가 봅니다.  

우와~~ 열심히 돌들을 뒤집지만 가재 녀석들 모두 단체로 해외여행을 갔나 도통 보이지 않는군요. 

그 순간! 아내가  "여보! 여기봐~ 새우야~~" 합니다.


햐~~ 정말 새우가 맞습니다.

처음 보는 새우입니다.  집게발이 하나가 유난히 큰게 혹시 깨끗한 물에만 사는 "징거미 새우" 일까요?

아직 덜 자랐는지 껍질이 물렁물렁 하더군요.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후에 다시 놓아 줍니다.  물속에서 잠시 우리를 보는 듯 하더니 잽싸게 뒷걸음질치며 어디론가 가버리더군요.


내가 다시 가재를 잡느라 열심히 돌을 뒤집고 있는 사이 

아내는  시멘트 둑 위에 걸터앉아  골똘히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내의 의상 색상과  햇살을 받은 연두빛 잎들,  가을의 대표적 전령사 억새와 너무도 잘 매치가 되는군요.


영숙씨?  근데 정말 무얼 생각했었니?


가재는 도통 보이질 않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그런데 숲속 여기저기  지난 쓰리쿠션 태풍들이 지나간 흔적들이 실로 대단 하더군요.

바로 보이는 저 나무는  유연하게 대처를 못하고  바람과 강하게 맞선듯  허리가 부러져 버렸군요. 

그 자리가 휭하니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하네요. 안타깝습니다.


느린 산행을 하다보면 발아래 아름답게 피어나는 자연 미인들을 수두룩하게 만날수 있답니다. 노란 꽃은 산꼬들배기 같기도 하구... 나머지는 도통 이름을 모르겠어요  아시는분 가르쳐 주세요?


축령산 산행중 모암 산소축제장에서 오르는 길은 유난히 돌들이 많습니다.

이런 길은 아주 천천지 세월을 음미하듯 걸어야 하지요.


모암휴게소 까지 대략 700여미터가 남아있는 이정표식 입니다.


앞서가던 아내가  갑자기 "저요! " 하고 손을...

아하 ~ 왼팔을 천천히 돌리고 있었군요. 사진 타임이 절묘 했네요^^


그리고는 곧바로 바로 옆 나무를 끌어 당기며

"여보~ 얼른 와봐?  꽃이 참 예쁘네! 합니다.


분홍빛 꽃받침 위에 이미 수정이 되어 버렸는지 파란 열매가 맺어 있군요. 

햐~ 오늘은 식물 이름을 도통 모르겠으니..이거 원 아내 앞에서 체면이 구겨집니다.


조금 더 가니 왼편으로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산초 나무를 만났습니다.

푸르렀던 애송이 열매가 어느새 열매달린 줄기가 빨갛게 변하면서 톡톡~터지면서 까만 열매를 드러내는군요. 

저는 산초열매의 향이 참 좋습니다.  어릴적 할머니께서 산초기름으로 수수부침개, 배추전, 메밀전을 참 잘해 주셨거든요.


와우~ 그런데 조금 더 멀리 계곡 건너편으로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울창하게 나무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어찌 저리 거칠게 바람이 불어 대었을까요~ 엄청납니다.


조금 지친 다리도 쉴겸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하늘을 보니 오잉~~ 마치 하얀 점들을 찍어 놓은 것처럼 잎들이 작은 구멍들이 숑숑~~ 뚫려 있어요


좀더 가까이 당겨 봅니다. 

정말이지 구멍들이 숭~숭~ 뚫렸어요. 엄청난 고통에도 견디는 잎들이 대단합니다. 


모암휴게소와 치유필드가 있는 곳을 불과 500여미터 남겨 둔 시점에 옛길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 옵니다.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은 마을 앞 큰 도로 였다면 우리가 걸어볼 옛길은 바로 동네 골목길 같이 아기자기한 숲속의 산소를 제대로 체험할 치유의 숲길입니다.


고민없이 먼저 걸음을 내딛던 아내가 잠시 편백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곤 이어서 다시 걷습니다.  이 길은 경사길이 없는 산허리를 횡으로 돌아가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나그네 길 같습니다. 길이 좁아 행인을 만난다면 잠시 멈추어 비켜 서주어야 하는 

양보의 길이기도 합니다.


숲속으로 은은하게 비추는 햇살이 참으로 고와서 아내를 잠시 불러 세웁니다.


여기서도 "찰칵"


어때요? 이 정도면 힘 들이지 않고 숲속의 치유에너지 듬뿍 받으면서 걷기에 아주 좋은 길 맞죠?


또 한번 만나게 되는  숲속 미인들 보실래요?

이런 이번에도 한 가지는 알겠군요.  고마리꽃^^ 그리고 산국화 ??


헤이~ 여보? 거기 잠깐 서봐!  ㅎㅎ 

오늘은 왠일인지 포즈를 잘도 잡아 주네요

무슨일인지 ...ㅎㅎ


가끔씩 아내와 함께 이곳을 오자고 일치를 보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잠시 뒤돌아 보는 여유도 가지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살포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은 방법 일겁니다.  이 순간은 잠시 모든 것을 내려 놓습니다.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높은 가을 하늘도 올려다 보며


발아래 보이는 작은 생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며 인사도 나누고...

앞에서 걷던 아내가 갑자기 아래를 쳐다보며 소리 칩니다.

"여보 이리와봐~ 희한하게 생긴 꽃이 있어"



오호라~ 이 녀석 이었군요.

하지만 여전히 알수 없는 식물들 입니다.  다음번엔 아내 몰래 식물도감이라도 사가지고 

공부좀 하고 와야 겠어요


얼굴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 납니다.

그런데 어디서 꺽은 것인지 편백잎을 들고 있군요.


영숙씨~ 하고 멈춰 세웁니다.  ㅎㅎ 

또 왜? 



은근히 아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우리도 높이뛰기 인증샷을 한번 해볼까? 하고..

오? 근데 거절할 줄 알았던 아내가 순순히 응해 줍니다.

하나 둘 셋~ 하고 외치자 폴짝 ~


손을 들지 않아서 다시한번~


너무 밋밋해서 두 팔을 넓게 벌려 보라고 다시 한번~


자세가 영~ 엉거주춤해서 또 다시 한번^^

그래도 제일 멋진 포즈로 완성~^^


모암휴게소까지 가기로 한 것은 접고  자~ 이젠 하산 합니다.  


다시 또 눈에 띠는 꽃들이 자태가 참 곱습니다.


올라갈 때와는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걷습니다. 

사진 찍을 때만 빼고는 아내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었답니다. ~~정말이예요^^


산소축제장이 열리는 주차장이 가까워 지네요.


이곳은 편백보다  삼나무가 더 많군요.


숲속 몇 군데에는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링거액 병을 걸어 놓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휴양을 하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띱니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왕복 2키로 정도의  치유의 산소 숲길을 걸었습니다.  자박 자박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아주 느린 걸음으로 숲속 에너지를 담아 갑니다. 숲속 아름다운 길에서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몸과 마음으로 원하는 만큼만 담아 오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