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우리들의 이야기

20주년 결혼기념일에 아내없이 막내딸과 먹었던 국밥 한 그릇

푸른희망(이재현) 2012. 10. 15. 06:00

2012년 10월 14일!  무슨 날일까요?~ ㅎㅎ 바로 푸른희망이가 혼례를 올린지 20년이 되는 날 이랍니다. 


1992년 10월 14일,  목포전문대학의 가을 축제가 한창 벌어지던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축제공연행사로 있던 전통혼례를 바로 우리 부부가 실제로 혼례를 올린 것이었답니다. 물론 양가 가족들을 모두 모시고 학교 학생들의 우뢰와 같은 축하속에 치뤄진 진짜 혼례였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몽글몽글 가슴이 떨리네요.  정말이지 벌써 20해가 지났다니 세월 정말 빠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큰 녀석이 벌써 21살을 맞이 했답니다.  


그러나 정작 기쁘고 즐거워야 할 20주년에 여행, 영화, 분위기있는 곳에서의 식사, 그리고 멋진 선물....이 모두가 머릿속에서만 맴맴 돌고 아내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조손가정 아이돌보미 학습으로 나가고, 지난 9월 15일에 정식한 딸기들의 노엽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세째, 네째 아이 둘을 데리고 딸기 하우스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냈답니다. 참~~ 제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하루종일 떠나질 않더군요. 오전에 아이들 가르치고 온다던 아내는 함흥차사... 


육묘기에 붙어 있던 잎들은 정식후에 새잎들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 역할이 줄어 들게 됩니다. 신엽의 빠른 성장을 위하고, 영양생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출뢰 전에 제거작업을 해주어야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합니다.  작년까지는 노엽을 따서 바닥에 버리고 나중에 한꺼번에 치웠더니 이것도 엄청난 일이되더라구요, 올해는 손수레 두대를 보수해서  한 줄을 끝내면 가져다 버리고를 했더니 바닥이 깨끗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어서 아이 둘을 데리고 두 동중에 한동 반을 마쳤답니다.  오후에 엄마와 20주년 기념 맛있는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 말이지요.  


아래 사진은 비교하기 위한 올해 3월달에 2차로 무성해진 잎들을 제거해 주는 작업 사진 입니다. 이때가 되면 제거되는 잎들이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작은 수레로 버리기에는 벅차게 됩니다. 딸기 재배과정중에  전잎 제거작업은 3회정도 실시하게 됩니다.  무성하면 통풍이 잘 되지 않기에 곰팡이, 해충들이 발생빈도가 높습니다. 방제작업에서의 충실도도 떨어지고!


점심 시간즈음... 잎을 따내는 작업이 슬슬 지겨워 지는 아이들!

그래서  바로 옆의 고구마 밭으로 직행!  잠깐 고구마 캐기를 했습니다. 

아빠 괭이,  아이들 괭이~~^^ 누가 누가 잘 캐나?


고구마들을 잘 캘수 있도록 주변 흙을 들어주면 아이들이 호미와 작은 괭이로 조심스럽게 파냅니다. 

그런데 요녀석들... 조심조심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있어요.


호미질도 해보고


고구마 상처날까봐

장갑 낀 손으로 조심 조심 흙을 파내고 있군요.

더운 하우스 속에서 반복되는 딸기 잎파리 따는 작업보다  흙을 만지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 입니다.

언니와 장난도 쳐가면서 제법 고구마를 많이 캤어요


점심 대신 맛난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과자도 사주고... 고구마도 일회용 가스렌지에 올려 놓고 쪄 먹고,  방금 캐낸 상처난 조그만 호박 고구마 깨끗이 씻어서 깍아 먹기도 하고, 최대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를 해줍니다. 한 시간여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독려해서 한동 하고도 반동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고구마 밭에서 아까 점심에 캐 놓은 고구마들 주워 모으고, 저는 잎을 따 냈으니 상처난 부위 병해충 감염되지 않도록 방제작업을 마쳤습니다.  


어이쿠~ 이런 ....시간이 벌써 오후 6시를 가리키는군요.  장시간 잘 견뎌준 아이들이 고맙고, 이렇게 기분 좋은 날, 일을 시켜 버렸으니 미안하고,.... 기다리던 엄마는 오지않고, 아마도  저녁 시간에 또 다른 일을 하는 아내가 그 일터로 직행을 했는가 봅니다.  어쩔수 없이  배가 고프다며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장성 읍내로 나갑니다.  칼국수가 그리도 먹고 싶다던 세째아이 입맛을 들어주기 위해 찾았더니... 이런 이런 군청앞의 그 음식점이 영업이 끝나 불 꺼진지 오랩니다.  


그러고 보면 장성읍내 가볍게 저녁시간에 저렴하게 먹을 만한 음식점이 통 보이질 않습니다.  일찍 문을 닫거나... 쩝! 그래서 마트엘 들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라면 종류를 사 주고 나오다  장성 역 앞의 25시 해장국에서 국밥을 먹자고 결론을 봅니다. 그렇지만 칼국수를 고집하던 세째는 끝내 차에서 내리질 않아 막내 녀석과 둘이서 먹습니다.  뼈해장국과 막창 국밥을 주문하고 다시 전화를 넣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 입니다.   주문 음식이 나오고 맛을 보던 네째 아이가 " 아빠 맛있어요~!"  그래서 또 전화를 넣으니 여전히 ~~삐짐!  어쩔 수 없이  막내 딸과 둘이서만  먹었던 음식 입니다.


막내 딸아이가 시킨 "뼈 해장국"   맛있다고 하면서 잘도 먹구나서  다음에 친구들과 함께 또 오겠다고 하네요. 

들깨가루 들어간 국물이 걸쭉하니 참 좋더라구요.



여느 국밥집 하고는 틀리게 먹음직한 반찬들이 여러가지 나옵니다.  특히 짜지도 않고, 심심한게 나름 좋았어요. 특히 아이 뼈 해장국 앞에 있는 "창란젖갈"이 맛이 좋아 아이가 잘 먹더군요. 오이도 큼직하게 썰어 방금 무친 것으로 맛 좋았답니다. 열무줄기 김치도 입에 꼭 들더군요.  막내 딸과 아빠가 함께 만족한 밥상 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시킨 "막창국밥"


보통 막창은 구이용으로 많이들 먹는데, 막창 국밥의 메뉴가 보여 주문을 했어요. 뼈 해장국은 들깨가루가 풍성하게 들어가 걸쭉하니 맛있었고,  막창 국밥은  들깨가루는 넣지 않고, 콩나물과 청양고추, 고추가루 ,부추 등을 넣고 끓여서 시원했답니다.  국물 까지 깡그리 다 비웠어요.  조미료 맛이 나긴 하지만  아이 입맛, 어른 입맛을 만족시킨 국밥 입니다.



결혼기념일 20주년에 아내 없이 막내 딸과 먹었던 국밥 한그릇!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그런데 일을 끝내고 밤 11시가 막 넘어 들어온 아내가  왠일로 "결혼기념일 " 관련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이 참 이상하지요.  

 도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