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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풍경]나는 아직도 마음속엔 10살 소년이 살고 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2. 11. 12. 09:34

나는 아직도 마음속엔 10살 소년이 살고 있다.


지난 6일에 정읍에 있는 맛있는 자연산추어탕 집에서 해남 땅끝식객 이명철님을 또 만났다. 오랜 사회 선후배 사이라는 식당 주인장과 땅끝식객!  돈독하게 우정을 지키는 그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해남에서 절임배추와 토판염을 가공판매하는 땅끝식객! 참 부지런히 사는 사람이다.  땅끝식객 블로그 http://blog.daum.net/21lohas/7566636   땅끝식객 홈 http://www.21lohas.com/

 

  맛난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서는데...어라? 이게 웬일 정읍IC가 경찰들로 폐쇄다.  멀리 보이는 차량들 위로 톤백짜리 나락가마니들이 보이는 것이 아마도 수도작 농민들의 벼 국가 수매제를 위한 시위가 있나보다.. 참 같은 농민으로 마음이 무겁다. 어떠한 정책을 내 놓기 전까지 진정 그들이 속한 단체의 의견들이 얼마나 수렴이 되고 있는지... 왜? 항상 이런 마찰들이 벌어지는지...


국도를 타고 가다  내장산IC로 진입하자고 하고 길을 돌아 나섰다.  하지만 어째 느낌이 안좋다.  입구 가까이 다다르자 여기도 마찬가지... 호남고속도로 입구 전체가 시위중인가보다. 이제는 길이 없다.  1번 국도를 타고 방장산을 넘어 갈 수밖에.. 그래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음은 지금 저 시위에 참가하지 않고는 있지만 농민인가 보다.  그들의 수고와 어려움을 아는 ....  그래도 이 얼마나 좋은가!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보지 못할 자연이 주는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내가 멈추고자 하면 멈추어서 맘껏 담을 수 있으니.. 6년째 나와 동고동락하는 화물차와... 비록 연료가 바닥을 가리킬 지라도... 오늘은 그저 마음이 넓어진다.


방장산을 넘어 북이면에 다다르니 내 발걸음을 붙드는 풍경이다.  볏짚더미....내 놀이터였던...그 볏짚더미가 눈에 펼쳐진다.



추수 끝난 들녘에 제법 가지런히 정리된 볏짚더미들이 흐뭇하다.


석양이 저멀리 산자락에 걸려 그 빛을 맘껏 나누어 주고 있다.  한줄기라도 더 주려..


오래전 할아버지께서 부치시던 논빼미 구석에는 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미꾸라지 가족들도 살고, 방개도 살고, 쬐끄만 송사리도 살고...


겨울방학 친구들과 숨바꼭질에서 빠질 수 없었던 볏짚더미...그 때는 우리 키를 훨씬 넘어 높았는데... 


보고만 있어도 오랜 벗을 만난 듯 반갑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데... 오래전 그 자리에서 말없이 내 동무들이 되어주던  나무기둥, 소나무로 깍은 팽이, 추운 겨울날 따스하게 감싸주던 볏짚더미,  철수네 집의 툇마루,  거묵거묵 어두움이 내려도 지칠 줄 모르고 타던 썰매....  바람 쌩쌩 불던날 신문지 더덕더덕, 싸리나무 반으로 잘 쪼개어 만들었던 방패연....그 모든 것들이 내 친구였음을 ...왜 이제야 알게 되는 것일까....


햇살은 변함없이 내리쬔다.  어릴적에는  벼를 베어낸 자리가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눈 물, 빗 물이 가득차서 꽁꽁 얼면

마치 요이~땅! 신호라도 한 듯 제각각 자랑스럽게 만들어온 썰매로 꼬챙이 멋지게 만들어 배 고픈줄도 모르고 마냥 뛰어 놀던 그 시절이 

마구 마구 생각난다.  잘 달리던 까불이 녀석 불쑥 튀어 나와 있던 키높은 벼 뿌리에 걸려 넘어지던 우스꽝 스런 모습에  배꼽잡고 웃던 일~~! 두가 그리움이 되어 추억속에서 살아 있다.


주인장 몰래 밤새 달려와 이 볏짚들을 높게 쌓아 놓고 싶다.  그리고 추억속의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아 마음껏 소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계절이다.




논두렁 위로 아슬아슬 세발 자전거 타던 시절! 왜 그렇게 그런 스릴이 좋았던지...꼬맹이 녀석! 참.... ㅎㅎ 하지만 지금은 사람 하나 다닐 정도로 좁아졌다.  욕심이 늘어난 것일까? 아님 마음의 여유들이 없어진 걸까?~~  멀리서 아쉬운 듯 돌아 본다.   와우~~ 저기 멀리 기적소리 울리며 지나는 기차가 반갑다.  많고 많은 사연들을 실고 달리던 완행열차!  들판에 서서 기차를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버린  소년의 눈엔 어느샌가 그리움이 가득했다......


오늘 이런 추억의 선물을 안겨준 시위 농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상은 앞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옆, 뒤, 좌우, 위, 아래  거꾸로 뒤집어서도 볼 일이다.  그리하면 감사하지 못 할 일이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답이보인다. 그래도 보이지 않으면 살짝만 비켜서 보라~~~ 그래도 보이지 않으면...... 네 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