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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오후시골 촌 아낙네의 마지막 가을 걷이 풍경에 그리움이 꼬리를 뭅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2. 11. 2. 08:00

시월의 마지막날에 담을수 있었던 시골 촌아낙네의 가을 걷이..


가을이 여름날의 켜켜이 쌓아 두었던 열정을 맘껏 뽐내는 오후에 백양의 애기단풍을 욕심껏 채우고 돌아오는 길!  북하면 단전리의 수령 600년의 위용을 자랑하는 느티나무가 있는 곳을 지날때,  어느 누구도 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는 그리운 추억의 풍경에 낙엽 휘날리며 질주하던 네바퀴 수레를 아니 멈출수가 없었답니다.   도로 옆 아직 시들지 않은 고추밭 넘어 들깨 타작이 끝나버린 밭가에서 기다란 장대 오르내리며  쉽없이 감을 따시는 아주머니 이십니다. 오색 감잎들이 울긋불긋 그 사이로 대나무 장대를 비틀어 가지채 꺽고 계십니다.


모진 한여름의 시련을 용케도 이겨낸 감들이 의기양양하게 잎들이 떨어진 가지마다 주렁 주렁 달렸군요.  잎들이야 또 다시 양분으로 쓰여야 하니 팔랑팔랑 마지막 춤사위로 땅으로 떨어져야 하지만....씨앗을 품고 있는 열매는 그들의 의미가 아직도 다하지 않은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시골에서 만나는  아주머닌들께 "아주머니~~" 보다는 "어머니~" 라고 부르는게 더 자연스럽고 정감이 가기에 저는 늘 어디에서나  "어머니~~" 라고 부른답니다. 


"어머니~ 날씨가 제법 찹니다. 해가 져부렀으니 들어 가셔야지요?" 하고 여쭙습니다.

"제작년 까지는  얘들 아부지가 있어서 늦지않게 감들을 딸 수 있었는데... 에휴~" 하고 한숨을 내시더군요. 아져씨의 빈자리가 휭하니 이는 찬바람처럼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밭두렁을 둘러보니 높기도 한 너댓그루의 감나무가 더 보입니다. 


  "아니 ~ 그럼 자제분들은 없으셔요?"  

" 얘들은  즈그들 일때문에 바빠~" 시간내기가 힘들제~"  "어여 따서 곶감을 깍아야 하는데... 많이 익어 부렀네 그려~" 하십니다.   말씀을 하시면서도 두 손의 장대는 쉼없이 감나무 사이를 오르내립니다. 



아주머님의 감따는 곳 이웃에 있는 한옥집이 가을과 참 잘어울리는군요.

가을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주택은 역시 우리의 전통 한옥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저기에는 아직도 따지 못한 감들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30여년전이었다면 한개도 남아 있지 않던 그런 감들이...





토종 감들은 왠지  하나 하나 가지 째 꺽어 따는 그 맛이 더 좋습니다.  

거기에는 어린시절의 그리움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나무 장대에 꺽여 내려지는 토종감들 입니다.  감배꼽들이 모두 오목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대나무 장대를 유심히 살펴보면 아주머니의 지혜가 보입니다.  대나무 마디 위쪽을 반으로 갈라서 쪼개어 지지 않도록 하셨네요.


아주머니께서 건네 주시는 잘익은 "홍시" 입니다. 바로 이맛 입니다.

순수 그 자체의 홍시 맛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요. 씻을 필요도 없습니다. 껍질?  버릴 것은 감나무 가지와 꼭지...그리고 씨앗 이지요


"요건 아직 덜 익었응께 사진사 양반 집에 갖다 걸어 놔봐~ 금방 익을테니~!" 하시면서 한 가지 주십니다.


그리고는...잠시 휴식도 없으십니다.


요번엔 요녀석들이 아주머니의 장대에 걸렸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사시는 동네 저편 산 기슭으로  노오란 가을빛이 참 아름답습니다.

붉은듯, 노란듯 달콤함이 가득 매달려 있습니다. 가을엔 어디나 가볍게 눌러도 모두 작품 입니다.



버선과 고무신.... 그리고  감!   감이 오시나요?  바로 애틋한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어머니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비 새끼같은 내 자식들을 먹이려  하루 온종일 농사일에 지쳐도  그 일손을 놓지 못하시고  고단한 허리를 꼿꼿이 세우시고 까치밥 서너개 남겨두고 모두 거두어야 합니다.  감나무에 너무 많은 감을 놓아두는 것도 왠지 서글퍼 지는 일일테니까요!  그....달콤한 감을 먹을 사람이 없다는 거.... 그것 때문이라도 따내야 합니다. 


너무 익어버린 홍시는 아쉽지만 ... 먹는 것도 두 세개면 이미 배가 불러 오지요. 똘망똘망 개구쟁이들로 북적일때는 어디 남아나는 홍시감들이 있었을까마는.... 곶감 깍기에 적당한 것들만 꼭지를 그대로 남겨두고 하나 하나 손질 해야 하지요.


또 하나 집어 들고 반을 갈라 봅니다. 

아직 덜 홍시가 된 감 입니다.  껍질째 삼켜보면 입안에 떫은 느낌이 그대로 살아 납니다.  그래도 오늘 홍시맛은 아주 좋습니다.


이 많은 감들을 언제나 다 따실꼬?




와!!! 

아주머님께서 이번엔 한손으로 ~~ㅎㅎ 50년 베테랑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인사드리고 나오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대나무 장대는 감나무 꼭대기를 공략 하고 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여나므개 가지째 주시는 감들을 받아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어머니~ 저는 아무것도 드린게 없는데... " 처음 보는 나그네에게 이리도 맛난 추억을 선물해 주시니 감사 했습니다.  

건강하셔요!  또 뵈올수 있겠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