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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나이를 먹어도 항상 마음속엔 12살 소년의 개구쟁이 동심이 있다.

푸른희망(이재현) 2012. 12. 30. 06:00

나이를 먹어도 항상 마음속엔 12살 소년의 개구쟁이 동심이 있다.


 눈이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들리면 농부는 늘 긴장을 합니다.  가뜩이나 한겨울에 비닐하우스에 농작물을 집어 넣은 농부들은 비상이지요.  몆 전인가 그 해에도 연말즈음에 가는 해를 참 아쉬워 하는듯 참 많은 눈이 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도 그 때처럼 많이 오는군요. 그래도 비보다는 운치가 더 있는 것이 눈의 정서인가 봅니다. 쏟아지는 비는 특별하게 슬픈 날을 빼고는 우산으로 가려버리지만, 펄펄 내리는 눈은 남녀노소 모두 펄쩍이며 좋아들 한다.  모두가 소년소녀의 동심이 몸은 변해도 마음속에 그대로 정지한 듯 새겨져 있기 때문일게다.


 장성농업기술센터에서 미래농업대생들과 E비즈니스 수료생들이 작일에 강진으로 선진지 견학을 간다는 문자를 받고 저녁내내 걱정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 새벽부터 내리던 눈은 함박눈으로 쌓이고 또 쌓인다. 가보고 싶었던 선진지라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이 폭설에 하우스를 버려두고 견학을 간다??  아침 8시가 다 되어 "폭설로 견학 취소" 라는 문자가 날아온다.  휴~ 다행이다.


 딸기하우스 앞에서 잠깐 동심으로 돌아가 눈을 뭉쳐봤다.  아침까지 내리던 눈이 다행히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영상이 되자 뭉쳐지기 좋게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데굴데굴 자그마한 뭉치를 굴리니 제법 지나간 자국이 확연히 드러나게 잘도 뭉쳐진다.  

그래서 탄생된  "눈뭉치" 군과  "눈몽치" 양~  혼자는 외로워 둘이랍니다.  잘 어울리나요? 


새벽에 집 앞 도로변에 나와보니 와~ 올겨울 가장 많이 내리는 듯 하다.  아이들 방에 세째 녀석이 학교 등교 준비를 한다.


 승용차 전면 유리에 쌓인 눈의 두께가 으아~~악  장난이 아니다. 


운행하기전 예열시키기 위해 미리 시동을 걸어 워밍업을 해 둔다.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스친다.


하하하~ 차 앞 유리에 쌓인 눈에 개구쟁이처럼 웃는사람 모양을 그렸는데...이런~ 마치 원숭이 처럼 되버렸다.   뭐라고 이름을 지어줄까...하는데  "눈뭉치"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  네 이름은  뭉치다.  성은 눈씨~~ㅎㅎ  잠깐의 만남이지만 환하게 웃는 네가 참 좋다.


이건 또 뭥미??  우리 집의 든든한 머슴! 화물차,  원래는 양쪽 헤드라이트에 눈썹만을 그리려다.... 앞유리에 앙증맞게 그려 넣었다.  그러고 보니 마치 귀여운 소녀처럼 보인다.  나만 그리 보이는 건가?  헤헤 작가 마음이니  뭐....   그래 너도 이름 하나 지어주마! 음................ 그래! 너는 "몽치" 눈몽치라고 하자!   귀여운가요?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보내고 딸기농부의 일터로 향했다.  다행히 비닐하우스는 이상없이 잘 버텨주었다.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슬슬~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12살 소년이 깨어났다.  아침에 차 유리에 잠깐 만들었던 눈뭉치군과 눈몽치양을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눈을 뭉쳐보니 제법 잘 뭉쳐진다.  아주 추운 날은 내리는 눈에 수분이 없다보니 쉽게 뭉쳐지지 않지만 오늘같이 포근한 날엔  눈사람과 눈싸움 하기에 최고의 안성맞춤인 날이다.  몇분이 지나지 않아 커다랗게 만들어진다.  수분이 많다보니 무척 무겁다. 낑낑대며 두 덩이를 만들었다. 


짜잔~ 구슬땀을 흘리며 만든 "눈 뭉치" 군

딸기 꽃으로 눈을 만들어주고

배추잎으로 코와 손을

눈썹은 마른 억새풀로, 히히~



밀짚모자 쒸워주니 영락없이 아저씨 폼이 난다. ㅋㅋ


어라!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오후의 햇살이 따가웠던지  

밀짚모자를 삐딱하게 쓰고있네 그려~~



하우스에 들어와  바깥에 홀로 서 있는 뭉치녀석을 바라다 보니 

뭔가 허전하다.


목도리 하나 걸쳐주고었더니 제법 폼이 나온다.


딸기꽃눈이 작아도 너무 작아서  딸기 열매를 따다가 바꾸어주고,


흰 양복 단추도 맹글어 주고~했더니 조금 폼이 잡히는 듯 하다.   이 녀석 사진을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더니

혼자는 외롭단다.  짝꿍을 만들어 주란다.  그런데.... 눈을 굴리는게 무척 힘이든다.  그래서 포기하려다....


오후  시간에  딸기하우스를 정리하고 끝자락에서 발동된 동심이 눈을 또 굴렸다. 그래서 만들어진 "눈 몽치" 양

에게게~~이게 뭐야?  너무 맹숭맹숭 하잖아!  근데 해가 벌써 저 멀리 산자락에 걸렸다.  날은 저물어 가고 손은 시리고 ...

그냥 이대로 놔두고 하루를 넘겼다.


다음 날! 그래 바로 오늘이다.  눈몽치 양이 완벽하게 변신한 날~  이것 저것 챙겨서 눈사람 앞에 섰다.  하우스 철제 파이프에  패션 고무장갑을 꼿아 손을 만들어주고, 앞치마도 입히고, 씨앗 다 떨군 억새로 노랗게 염색한 듯 머리에 신경도 써주고, 빨간 모자도 쒸워 주었더니~~ 우와 완전 김장 패션이다.  그런데  딸기하우스 앞에 만들어 놓은 눈 뭉치군이 있는 곳과 너무 멀다. 들어보니 끔쩍도 않는다.  어떻게 이 녀석들을 만나게 해준다..?? 폼은 완전 제대로다.  눈 몽치 양의 완벽한 변신 입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하하


야~! 눈 몽치 양! 

근데 너 김장은 할줄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