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장성구석구석

[황룡요월정]수백년 고송은 한그루의 소나무가 아니라 역사이다.

푸른희망(이재현) 2013. 3. 21. 13:00

겉만 보아도 우람함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지만 잘려진 고송의 속...그 나이 가늠해 보니...차곡차곡 세월을 켜켜이 쌓았다.


 지난 화요일 아침, 19일 오전 딸기하우스 앞에 있는 요월정원림에서 요란한 톱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두해 전부터 시름시름 앓던 고송! 장승같이 요월정 수문장을 자처하던 위용이 점점 메말라 이미 생명이 끊어진지 해를 거듭하더니 군청 문화관광과에서 제거하기로 결정이 났나보다. 그런데 왜 딸기농부 가슴속 한켠이 이리도 시리고 공허해 오는 것일까?...... 장성에 발을 디딘지 10년을 꼬박 채웠다.  이 고송과의 첫 만남은 거대하고 우뚝솟은 용맹이 하나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보살핌이 문제라기 보다 스스로의 치유능력이 다했음을 안타까워 할 뿐이다.  장구의 그 오랜세월 그리도 잘 버티어 있더니... 그 작은 애벌레의 침투하나 막지 못하고 이리 허무하게 무너지니...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세월속에 피고지고 하는 것이 자연법칙이라지만...그래도 너만은  그러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바로 옆의  비바람 맞고 서 있을 단 짝을 청승과부로 남겨 두고 가는 그 마음 어찌 말로 다 하리요.  아무 말없이 오랜 세월 옆지기로서 동고동락을 한 짝을 보낸다는 것이 어찌 슬프지 않겠냐만은 그 서러움 깊어도 너무 깊어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구나....  요란한 굉음을 내며 무자비하게 잘려내는 폭군에도 그저 지켜볼 뿐 ...한줌의 톱밥으로 다시 흙으로 돌아가 어린 소나무의 양분으로 되돌아 가고자 한다.  비탈진 언덕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지난 세월 모진 폭풍도 끄떡없던 그대여!  이젠 정말로 안녕...을 고해야 한다.  

 

 

마치 머리가 잘려 나가듯... 사라진 고송의 초라함...  

 

장구의 세월 .... 잘도 버티며 세상만사 껍질속 하나하나에 차곡차곡 담았는데... 거인의 몸뚱이 쓰러지듯..우지직~~ 끈


홀로 남겨진 옆지기...



엄청난 몸뚱이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잘도 버티더니... 모래알 보다 작은 곤충에 이리도 허무하게 가버렸다.





잘리우고.... 다시... 또 잘리우고.... 또 다른 피해를 없애기 위해 이동도 허락치 않는다.  서 있던 그자리 옆에 나신을 뭍는다.





아래쪽의 몸뚱이 분리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하시는 분이 대충 나이를 세어 보신다.  170~200년 정도로 추측을 한다.  나이테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길이가 넓은 쪽이 바로 남쪽이라한다.  중간 중간 나이테의 굵기가 차이가 나는 것은 그 해에 영양분의 상태가 좋았던 시절은 굵어지고, 그러지 못한 때는 가늘게 형성이 된다는 말씀도 곁들여 주신다.  이 육중한 고송이 이리 된것은 거센 폭풍우도 아닌... 아주 작은 소나무선충이란다.  참 무서운 놈이다.  그래서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말이다.  



오랜 세월 묵묵한 벗으로 있던 옆지기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여송[女松]



크레인에 토막토막 들려지기를 수차례...







잘리우고 들려지기를 반복하더니 이제 모두 올려졌다. 

편평한 구덩이를 파고 차례대로 올려 쌓아 약품처리를 하고 비닐로 덮여 

자연부패하도록 처리작업을 한다.



곧추 서 있던 남송[男松] 토막으로 잘려져 쌓아놓으니 그 양도 대단하다.



파란 원으로 표시한 구멍이 바로 선충들이 뚫고 들어간 곳이고,

군데 군데 크게 뚫린 구멍은 새들이 곤충을 잡아 먹기위해 파 놓은 것이다. 

곤충과 조류.... 뗄레야 뗄수 없는 자연의 균형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먹이사슬인 것이다.

그 먹이사슬이 깨진다면....상상만 해도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껕질을 벗겨 보니 그 피해가 막대하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소나무 껍질을 뚫고 들어간 선충은 양분의 이동통로인 체관부분을 갉아먹어 결국은 양분이동 통로가 단절이 되어 고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홀로이 남아 있는 소나무! 피해가 없도록 방제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제거작업 후에 요월정원림에 있는 소나무들 모든 것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상하게도 소나무의 형상을 보면 남송이 자리해 있던 곳으로는 가지하나 뻗지 않았다.



황룡면 요월정원림에는 수백년 되는 거송들이 즐비하게 식재되어 있다.  아주 천천히 숲속을 걷노라면 마음 또한 차분해지는 그런 곳이다. 

조선 명종때 공조좌랑을 지낸  김경우(1517~1559)선생에 의해 조성된 곳!  그 시대 이전부터 자리해 있을 소나무 군락지... 오늘 이렇게 고스란히 한줌의 톱밥으로 생을 마감하는 고송을 지켜보며 마음속이 숙연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