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자연과 꽃

독안에 든 쥐? 아니 거미줄에 걸린 메뚜기

푸른희망(이재현) 2013. 7. 31. 06:00


 며칠전 그날은 차를 놓아두고 딸기농장을 걸어서 갔다.  내리쬐는 햇볕으로 무척 뜨거웠지만 그래도 그날은 왠지 걷고 싶었다.  종종 걸음으로 10여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를 무려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대체 왜?  날씨도 장난아니게 뜨거웠는데...다름 아닌 길 가 풀숲에서 살고있는 곤충들의 다양한 모습들에 길을 서두르지 않고 몇걸음 걷다 멈추어서고, 또 몇걸음 걷다 다시 허리를 구부려 무릎 아래의 세상을 살펴 봅니다. 강아지 풀에, 기다란 풀잎에 거미줄을 서로 이어 모아 거기에 아무도 모르게 덫을 치고 사는 거미 녀석들이 신비롭다. 한참을 가다보니 눈이 휘둥그래지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햐~ 요녀석 제대로 포식하겠어요~!

제법 개암나무 열매가 포동하게 속이 꽉 찼다.  내가 살던 충청도 고향에서는 "깨금" 이라 불리기도 했다.  개암 열매는 겉이 딱딱한 목질로 되어 있기때문에 어금니로 살짝 깨물어 부숴야 속의 알맹이를 먹을 수 있다.  이가 부실하면 그림의 떡이다.  한 두개는 감질나는 맛이므로 여러개를 깨어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고 씹어줘야 고소한 맛이 더 강하다!  추억을 떠올리게 했던 개암나무 열매야~ 방갑다.




햐! 녀석들... 느그들 거기 숨었다고 다 일러 바친다.~~ㅎㅎ


두리번 두리번, 앉았다 일어섰다를 거듭하다 오잉?  이게 왠 떡...왠 거미와 메뚜기야~~ 요녀석 제대로 포식하겠는걸요.

측은한 메뚜기 우짤까요? 너는 왜 하필 튀어도 그리 튀었냐? 


가까이 다가가니 먹이 옆으로 더욱 바짝 붙는군요.  발 아래 개미 한마리 집어 거미줄에 던졌더니...



작은 미동에도 쏜살같이 달려들어 꽁지에서 거미줄을 뽑아 내면서 순식간에 감씨 버립니다. 에궁...개미야 미안허다 







딸기농부 이번엔 완전히 길가에 털썩 주저앉아 제대로 해찰중...아니 자연관찰중이라고 해야 겠군요.  그래야 쪼매 폼이 나지요~ㅎㅎ  풀잎에 살포시 내려 앉은 실잠자리를 살짝 포획하여 (지금 딸기농부 연약한 곤충들의 저승사자 같아요~) 거미줄에 던졌더니 여지없이 달려들어 꼼짝달싹 못하게 마구 마구 감아버리는군요~ 곤충의 세계 놀랍습니다.~ 약육강식이 그대로 적용되는 살벌한 세계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라?  이번엔 저~기 풀속에 살짝 보이는 녀석이 메뚜기 맞지요?  딸기농부 눈에 포착되는 순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휘리릭 하고 잡았습니다.  메뚜기 가슴 안그래도 콩알만 할텐데.. 아마 모래알만치 작아지지 않았을까요.  이미 거미줄에 걸린 녀석과 같은 메뚜기 입니다.  과연 먹이를 이미 많이 확보한 상태에서 포식자 거미의 행동은 어떠할까요?




거미줄에 살짝 던졌더니...잉?  아무 반응도 없습니다.   그래서 던진 메뚜기가 허우적대게 하기 위해 건드렸더니.. 그래도 여전히! 아쭈구리 통~~ 무반응으로 일색! 뭐야!  너 이제 양식준비 다 끝났다는겨?




메뚜기가 발버둥치며 먹이로 잡아 놓은 메뚜기 옆으로 다가서자... 햐~ 요녀석 살금살금 포획한 먹이 옆으로 다가가더니 자신의 거미줄을 마구 흔들어 댑니다. 왜 그러지? 메뚜기를 메뚜기로 보질 않고 다른 거미로 착각하는건가....


하하~ 그러는 사이  운좋게도  던진 메뚜기 녀석 거미줄의 무시무시한 덫에서 벗어나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삼십육개 줄행랑 쳤군요. 딸기농부 오늘은 뜨거운 뙤약볕에 땀 찔찔~흘려가며 해찰한 보람이 있습니다.  쉽게 볼수 없는 곤충들의 먹이사슬을 구경할 수 있었답니다.  녀석들도 자기가 감당할 정도의 먹잇감이 확보되면 더 이상 욕심을 버리질 않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거미와 메뚜기를 보면서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


나는 지금 내 분수에 지나쳐 더 큰 욕심을 부리며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